[한센병문화상 우수]소록도, 같은 사람
[한센병문화상 우수]소록도, 같은 사람
  • 장유지
  • 승인 2017.12.11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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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지(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1)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고 용돈이나 벌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센병문화상에 작품을 응모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펜을 드니 한센병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시를 쓸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인터넷으로 한센병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센병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 아픔을 겪어왔는지를 깨닫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쓴 시를 읽고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한센병이 어떤 역사를 거쳐 왔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작품을 썼는데 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센병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양현(심리‧3)

 처음엔 한센병 이라는 병명이 매우 낯설었다. 시를 쓰기 위해 검색을 해보니 문둥병이라는 매우 익숙한 단어가 검색되었다. 문둥병에 관해서는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벤허라는 영화에서 접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 영화를 보며 얼굴이 일그러져 있고 팔, 다리 등이 잘려 고름이 가득한 붕대를 감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아버지께 저 사람들은 왜 저런지 물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문둥병에 대해 설명해 주시며 한국에도 환자들이 존재한다고 말해주셨다.

 후에 조금 더 머리가 커서, 소록도라는 섬에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산다는 사실과 일제강점기에 많은 인체실험을 겪은 아픈 역사를 가진 병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소록도가 아름다워 관광객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한센병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환자들 곁에 다가서길 꺼리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고 시를 쓰게 되었다.

 한센병 환자는 병을 가진 것뿐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상기시키고 앞으로도 환우분들이 좀 더 일상적인 평범함을 누리길 바란다.

심사평
최선경(학부대학) 교수

 한센병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심 촉구를 위해 마련된 가대 한센병 문화상이 어느새 9회를 맞이하였다. 올해는 가을의 끝자락에 내린 첫눈과 함께 한센병 문화상에 응모된 작품과 만났다. 사진 1편, 수필 1편, 시 6편으로 총 8편이었다. 소설, 희곡, 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풍성하게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서 작품들을 읽어 내려갔다.

 응모된 작품 가운데 무리를 이룬 물고기를 찍은 사진 <집단>은, 인간 집단도 물고기 무리와 같은 개성을 지녔으면 하는 생각을 담은 작품이나 한센병과 관련하여 드러내고자 한 사유가 무엇인지 모호하였다. 응모된 수필 <그곳에 없던 자 그곳을 알지 못하고, 그곳에 있던 자 그곳을 알지 못한다>는 정기적으로 소록도를 방문하며 느낀 점과 그곳에서 만난 옥이 할머니를 통해 알게 된 한센인의 아픔을 풀어낸 에세이인데, 진솔하고 질박한 내용이 돋보이는 반면 전체적인 글의 구성력, 내용의 응집성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다.

 응모된 시 6편 가운데 한센인의 입장에서, 상처받은 내면을 묘사한 <바람조차 우리를 피해가던 시절>과 <변명>은 한센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따뜻한 시였으나 다소 거칠고 직접적인 표현, 아직은 소박한 차원에 머물러 있는 시어 등이 아쉬웠다. <작은 사슴>, <세상의 너에게>는 구성의 엉성함, 시어의 선택과 손질, 시상 전개에 미숙함이 보였다. <소록도>는 사슴의 시선과 움직임을 통해 소록도의 변화를 표현해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폭력과 불모(不毛), 상처의 땅 소록도와 생명과 치유, 희망의 땅 소록도를 병치, 그 변화를 감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같은 사람>은 과하게 꾸미려 하지 않고, 평이한 언어로 한센인과 우리가 같은 사람임을 공감 가게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이에 이미지의 형상화, 시적 표현의 미숙함에도 두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한센병 문화상이 9년을 맞이하였음에도 응모되는 작품의 수나 응모작의 수준과 내용이 매년 대동소이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내년에는 독자들을 울리고 매료시키는 멋진 응모작들을 풍성하게 만나는 기쁨이 주어지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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