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경(학부대학) 교수 한센병에 대한 인식 개선과 관심 촉구를 위해 마련된 가대 한센병 문화상이 어느새 9회를 맞이하였다. 올해는 가을의 끝자락에 내린 첫눈과 함께 한센병 문화상에 응모된 작품과 만났다. 사진 1편, 수필 1편, 시 6편으로 총 8편이었다. 소설, 희곡, 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풍성하게 만나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서 작품들을 읽어 내려갔다. 응모된 작품 가운데 무리를 이룬 물고기를 찍은 사진 <집단>은, 인간 집단도 물고기 무리와 같은 개성을 지녔으면 하는 생각을 담은 작품이나 한센병과 관련하여 드러내고자 한 사유가 무엇인지 모호하였다. 응모된 수필 <그곳에 없던 자 그곳을 알지 못하고, 그곳에 있던 자 그곳을 알지 못한다>는 정기적으로 소록도를 방문하며 느낀 점과 그곳에서 만난 옥이 할머니를 통해 알게 된 한센인의 아픔을 풀어낸 에세이인데, 진솔하고 질박한 내용이 돋보이는 반면 전체적인 글의 구성력, 내용의 응집성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었다. 응모된 시 6편 가운데 한센인의 입장에서, 상처받은 내면을 묘사한 <바람조차 우리를 피해가던 시절>과 <변명>은 한센인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는 따뜻한 시였으나 다소 거칠고 직접적인 표현, 아직은 소박한 차원에 머물러 있는 시어 등이 아쉬웠다. <작은 사슴>, <세상의 너에게>는 구성의 엉성함, 시어의 선택과 손질, 시상 전개에 미숙함이 보였다. <소록도>는 사슴의 시선과 움직임을 통해 소록도의 변화를 표현해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폭력과 불모(不毛), 상처의 땅 소록도와 생명과 치유, 희망의 땅 소록도를 병치, 그 변화를 감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같은 사람>은 과하게 꾸미려 하지 않고, 평이한 언어로 한센인과 우리가 같은 사람임을 공감 가게 풀어낸 점이 돋보였다. 이에 이미지의 형상화, 시적 표현의 미숙함에도 두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한센병 문화상이 9년을 맞이하였음에도 응모되는 작품의 수나 응모작의 수준과 내용이 매년 대동소이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내년에는 독자들을 울리고 매료시키는 멋진 응모작들을 풍성하게 만나는 기쁨이 주어지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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