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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며 지어 올린 삶 - <리틀 포레스트> (2018)
[306호] 2018년 03월 21일 (수) 23:18:25 김정년(국어국문·휴) .

   
봄이 왔다.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생각보다 새 학기에 누릴 낭만은 오래가지 못한다. 날이 갈수록 하루는 점점 짧게 느껴지고 할 일은 많아지리라. “뭣 하러 이리 빡빡하게 살고 있는 걸까?” 라며 스스로에게 묻고 싶을 때, <리틀 포레스트>(2018)를 꺼내보자.

카메라는 ‘혜원’(배우 김태리)이 집구석에 쓸쓸하게 누워있다 밥 지어먹는 모습을 살짝 멀리 떨어진 상태로 잡아낸다. 영화가 맨 처음 보여주는 이 장면은 앞으로 이어질 장면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관객은 집주인이 찬거리를 얻어다 밥 지어먹는 과정을 천천히 바라본다.

“왜 아무 말도 없이 밥하고 밥 먹는 모습만 보여주지?”

혜원이 무슨 사정으로 시골에 외진 한옥에 들어와 풀죽은 모습으로 밥을 지어먹는지 당장 알 길이 없다. 다만 느릿느릿한 템포로 한 끼 식사를 지어 올리는 혜원의 모습을 지켜본다. 영화는 끝날 때까지 ‘도시가 아닌 곳’에서 ‘인간이 먹고 사는 일’을 느긋하게 지켜본다. 우리가 도시에서 살다보니 깜빡 잊어버린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만든다.

   

영화는 시골 촌구석을 배경으로 하지만, 주인공과 친구들은 도시에서의 삶을 끊임없이 언급한다. ‘혜원’은 거듭된 임용고시 탈락에 도망치듯 고향에 내려왔지만, 도시에서의 삶과 아주 인연을 끊어버리지 못한 채 내적 갈등을 이어간다. ‘재하’는 혜원이 했던 고민을 이미 매듭지어 완전 낙향이라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그리고 도시에서의 삶을 모르는 사람, 혜원과 재하의 친구 ‘은숙’. 그는 도시생활에 대한 동경과 낭만만으로 어렴풋이 도시와 농촌을 비교한다.

비교는 인정받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정은 개인이 성장하는 데 있어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동기다. “나는 타인에게 인정받을 만한 존재인가?” 오늘날 대한민국 2030 세대에게 이보다 더 절박한 물음이 있던가. 하지만 남과 비교하면 내 인생의 못난 점만 두드러지고 못난 점만 보다 보면 정신도 못난 생각으로 물든다.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는 인정의 방향이 타인이 아니라 내게 향해야 한다고 설득한다. 내가 납득하고 내가 인정한 것에 무게를 두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타인이 아니라 나와 비교하는 사람. 굳이 비교를 해야 한다면, 내가 몸담은 시공간과 비교를 하자는 것. 해서 <리틀 포레스트>는 ‘내게 뭣이 중헌지’ 알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영화다. 2018년 3월 절찬리 개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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