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싼 노동, 값 싼 대우
값 싼 노동, 값 싼 대우
  • 허좋은 기자
  • 승인 2010.05.05 21:22
  • 호수 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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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 대학생과알바

지난해 여름 방학, 준영(21, 가명)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경제 위기로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넉넉했던 용돈이 많이 줄었다. 그는 서울 강북지역에 살면서 2년제 대학을 다니고 있다. 변변찮은 학교를 다니면서 비싼 학비를 내주는 부모님께 용돈까지 받기 미안했다. 그러던 차에 긴 통학시간에 구속되지 않는 방학
이 되자‘용돈이라도 내 힘으로’벌 요량으로 집 근처 번화가의 호프집에서‘알바’생활을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생에게 알바 경험은 필수가 되었다. 지난 10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464명의 대학 새내기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93.3%가 앞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한해 최고 1,000만 원 가까이에 이르는 등록금에 각종 회비와 식비,교통비, 유흥비 등이 드는 상황에서 용돈
만큼은 자기 힘으로 벌고자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수당은 어디에
알바를 구한 준영은 첫 출근을 했다. 호프집에는 준영을 포함한 서빙 알바생 세명과 직원인 주방 두 명, 점장 한 명 등 총 여섯 명이 고용돼 있었다. 준영은 원래 저녁 7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첫날부터 추가 근무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에도 거의 매일, 손님이 많은 날은 최대 서너 시간까지 추가 근무가 일상화되었다. 나중에 추가로 임금을 받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월급날 나온 급여에 추가 급여는 없었다.
임금 문제는 알바생들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가해지는 부당 노동 행위다. 최저임금(2010년 현재 4110원)에 못 미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되며 야간∙연장 추가 근로 수당도 통상 임금대로 주거나, 연장 근무의 경우 준영처럼 아예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야간근무(오후10시~오전6
시)와 연장근무에 대해 기존 임금의 150%에 해당하는 급여를 더 주어야 한다. 그러나 야간 근무가 전체 근무 시간의 반이 넘고 추가 근무까지 했던 준영에게는 딴 나라 얘기일 뿐이다.
임금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PC방에서 알바를 했다는 이웅주(국제학부∙1) 학생은“어떤 손님이 맡긴 가방을 실수로 다른 손님에게 줬다. 내가 잘못한 일이긴 하지만 말도 안하고 주인이 임금을 깎아버렸다. 원래 월급으로 80만원 정도 받아야 하는데 32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학생은“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자신이 잘못했던 일인데다가 잘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항변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알바생들로서는 고용 당한 입장이라 그냥 조용히 넘어가거나 일을 그만두는 방법밖엔 없다. 하지만 이런 경우 알바생이 고의로 분실한 것이 아니라면 배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가존재한다.
고용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윤다미(한신대 사회∙1)은 학생“빵집, 술집, 패밀리 레스토랑 등 5곳 정도에서 알바를 했는데 패밀리 레스토랑 빼고는 고용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고 했다. 구두계약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근무 조건이나 임금에 변경이 있을 때 알바생에게 불리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고용계약서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성희롱에도 무방비
호프집이라는 특성상 준영의 노동환경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담배연기 속에서 여기저기 엎질러진 술과 음식들을 치우고 만취한 손님의 주정을 받아주느라 몸은 고될 수밖에 없었다. 고된 일 와중에 이상한 손님을 만나도 잘 대해야 하고 가끔 담배 심부름도 응해야 한다. 점장은 준영이 일을 못하면 욕설을 내뱉는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해진다.
서빙이나 편의점 알바와 같은 일은 우리 정서상 친절하게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러니 손님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알바생은 친절히 대해야 하는 처지다. 여성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거나 성희롱에 가까울 때도 심심찮게 있다. 편의점에서 일한 적 있다는 황다미(프랑스어문화∙2) 학생은“알바 중 어떤 아저씨가 매일 특정한 시간에 나타나 이름, 나이, 학교, 학과 같은 것을 자꾸 물어 힘들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윤다미 학생은“술집에서 일 할때 어떤 아저씨가 음료수를 시키더니 자기네 테이블에 앉아서 먹고 가라고 했다”
며 불쾌해 했다.
대학 생활에서 알바는 필수다. 고액의 등록금을 감당하거나 그것을 부모님께 의지하더라도 용돈 마련을 위해서는 알바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알바를 하더라도 큰돈을 벌 수 없음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건이 나쁜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준영은 결국 호프집을 그만두고 야간에 PC방 카운터를 보는 알바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150% 가산된 야간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허좋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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