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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307호] 2018년 04월 27일 (금) 17:10:49 지선영 기자 dowobsy@catholic.ac.kr

   

어느 날 친구가 SNS에 카카오톡 친구 목록이 담긴 스크린 샷을 올렸다. 친구 수 ‘0명’과 본인의 이름 세 글자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나조차도. 일명 ‘인맥(人脈) 다이어트’였다. 다이어트라는 명사 앞에 음식 말고 또 다른 명사가 붙을 수 있었던가. 하지만 인맥이란 수식어에 의구심을 품기도 전, 인맥 다이어트는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사람들은 서로 연락이 뜸한 사람들을 정리했다. 영양가 없는 관계들을 체에 거르기 시작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커팅(cutting)해 버리면 그만이었다. 언제부터 사람에게 사람이, 서로와의 관계가 스트레스의 시발점이 되어 버렸을까. 인간관계가 ‘지방’과 같은 ‘빼야 할 것’이 되어 버렸다.

‘인간관계’는 우리 모두에게 풀리지 않는 난제다. 이는 관계에 관한 에세이가 빼곡히 들어찬 베스트셀러 목록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은 가끔 “몸을 쓰는 일보다 힘든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야”라고 했다. 나 역시 그랬다. 작년 나는 친구와의 트러블로 무던히도 힘들었다. 갑과 을은 계약서상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끊임없이 서로를 재고, 받은 만큼 주고, 준만큼 받는 관계가 내 주변에도 있었다. 이러한 관계는 나와 상대를 지치게 했다. 소원해진 사이는 서운함을 만들 뿐이다. 어쩌면 ‘인맥 다이어트’는 상처받기 전 자신에게 놓는 예방주사 일지도 모른다.

때마침 휴대폰에 알람이 울린다. 메신저 창에는 530명의 인맥목록이 있었다. 이들 중 진정한 내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문득 사람에게 ‘내 것’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부터 잘못된 일인 것 같아 왠지 모를 헛웃음이 났다. 새벽 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과연 내게 ‘술 한 잔 기울이자’는 연락을 하면 나와 줄 친구가 있을까. 이런 시답지 않은 가정들을 되풀이하며 친구 목록을 내리다 보니, 결국 열 손가락도 안 되는 친구들만이 남았다. 얼얼한 예방주사가 나에게도 찾아오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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