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지킨다는 것은
영혼을 지킨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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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22 14:39
  • 호수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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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생각대로”로 시작하는 어느 기업의 홍보문구를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생각대로 라니, 그 얼마나 간단해보이고 명료하며 희망을 주는 말인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생각대로 된다는 것은 사기가 아닌가. 과정에 대한 성찰과 실천이 생략된 채 결과를 바란다는 것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배가 불러도 음식을 한입 더 베어 물고 싶고 조금 더 편한 방법을 궁리하며 기분이 울적하면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것은 내 삶의 목표에 위배되기에 문제가 된다. 그 과정은 고단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맞는 말일 게다. 내가 원하는 본질을 외면한 채 육체적 피로나 감정적 권태로 영혼을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다.

순간에 결정한 선택의 축적분이 인생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 무의식 적인 판단 또한 나의 본질일 수 있다는 생각에 섬뜩하다. 사실 나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사기가 아닌가’반문하는 사람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본질이란 관념 안에서만 숨어 있기 쉬운 속성을 띄고 있다. 일상의 순간들에서 영혼을지키는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여 무참하다.

예민함, 그것은 내가 가진 유일한 자부심이었다. 가끔은 가시처럼 보잘것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낮고 초라한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 그러나 결과적으로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감수성은 사회에, 소수자에게 조차 무익한 것이었다. 그럴뿐더러 머리 속에 있는 생각은 휘발되기 쉬운 것이기에 더욱 경계해야 한다. 생각으로 멈춰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좀더 표현하고 논쟁하고 싸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 니체의 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선과악에 있어서 창조자가 되려는 자는 참으로, 우선 파괴자가 되어 가치들을 파괴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은 자기파괴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날 새벽까지 연장된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의미, “ 행복해지기를두려워 말라.”한 동안 입가에서 맴돌았다. 그 말은 2002년 브라질의 룰라대통령 후보가 내걸었던 선거 구호이다. 여기엔 부정부패가 심각한 자국을 개혁하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어려움을 감수하여 끝내 행복해지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목표이자 본질은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것이다. 누구나 행복은 희망하는 목표다.

‘행복’이라는 목표를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쉽지 않을 과정에 따를 숱한 어려움에 대해 두려워 말고 용기 있게 기다린다. 목표는 달성되어야 하는것이 아니다. 목표란 끝없는 미완의 과정이다. 과정 안에서 반문하며 목표는 다가오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하는데, 끊임없는 질문 가운데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것 아닐까. 마음 안에 물음표를 잃지 않는 것 말이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데에 적은 노력 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것은 사기다. 아름다운 과정을 실천하고 결과를 맺는 것이다. 준비와 실천에 충실함을 기하는 게 본질이다.

타인으로, 사회 부조리로 하여금 나의 영혼을 빼앗지 않도록 영혼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직관적으로 행동하고 성찰하는 것은 곧 창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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