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자퇴생, 대학에게 대학(大學)을 묻다
고려대 자퇴생, 대학에게 대학(大學)을 묻다
  • 김다빈 수습기자
  • 승인 2018.06.07 10:19
  • 호수 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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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 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자유는 두려움에 팔아넘기고, 정의는 이익에 팔아넘겼다.” 책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그리고 2010년 3월 10일, 고려대학교 교정에 붙은 대자보는 시대의 양심을 찔렀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씨의 대학 거부 선언이었다.

 

“대학(大學) 없는 대학에서 나는 누구인지, 왜 사는지, 무엇이 진리인지 물을 수 없었다. 우정도 낭만도 사제 간의 믿음도 찾을 수 없었다. 이대로 언제까지 앞만 보고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한 우리 젊음이 서글프다.” 김예슬 씨의 대자보는 조용하면서도 크게 세상을 울렸고, 사람들은 함께 슬픔과 분노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김예슬 씨는 “대학은 ‘취업 공장’에 불과하다”며 자신의 행동을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기보다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저항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려 8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네 대학엔 성적을 쉽게 받을 수 있는 강의가 ‘좋은’ 강의라 평가받고 있고, 취업에 유리한 전공이 복수전공 선택의 기준이 되곤 한다.

취업률이 대학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세상. 그런 취업률에 굴복하는 나 그리고 대학. 대학이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왜 대학에 왔는가? 우리는 왜 배우는가? 우리는 왜 지금 이곳, ‘대학’에 있는가? 순수한 영혼이 있고, 진리와 자유를 추구해야 할 정의의 대학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김예슬씨의 책은 이와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얼마 전 나는 세종대학교에서 취업 관련 코딩 강의를 많이 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왜 우리 학교는 이런 면에서 많이 뒤처지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이는 곧 ‘대학 교육의 목적이 취업인가?’로 이어졌다. 그런데 과연 이런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 비단 나뿐이었을까. 우리는 ‘대학 합격’ 문턱을 넘기 위해 서로 밟고, 밟히는 끝없는 경쟁의 길을 걸었다. 대학 합격의 문턱을 넘고 나서는, ‘취업’이라는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또다시 경쟁으로 뛰어든다.

한 학기가 끝나고 ‘한 템포’ 쉬어가는 기간이 다가온다. 끝없는 경쟁 속에 우리는 지쳐가지만, ‘왜 우리가 이토록 지쳐가는 것인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저 나 자신이 나약하기에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바쁘다. 남들도 다 이겨낸다는 비인간적인 다짐을 옳다고 믿는다. 기업과 국가, 그리고 대학은 각기의 이익을 챙기기 바쁘다. 자본과 진리 사이 여러 갈래의 길 앞에 서게 될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김예슬씨의 말을 인용해 글을 마친다. “그래,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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