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로그] 그을린 참회록 : 우리의 역사를 모른 체해 부끄럽습니다
[저널로그] 그을린 참회록 : 우리의 역사를 모른 체해 부끄럽습니다
  • 김다은 기자
  • 승인 2018.08.29 00:26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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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나라 역사를 잘 모른다. ‘역사 왜곡’, ‘전범 무죄’, ‘일본의 UN 망언’과 같은 뉴스를 볼 때면 우리 역사가 위로받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이를 해결하겠지 하며 나는 은근슬쩍 우리나라 역사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 나였기에 히로시마에 다녀온다고 뭐가 바뀔까했다. 그저 히로시마의 날씨가 한국보다 덥지 않길 바랐다.  

히로시마에서 원폭의 날을 대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원폭의 날을 추모했다. 일본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 자발적으로 평화식전에 참여했다. 해가 질 무렵,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끼리 모였고 강 위에 등불을 띄워 보내며 ‘평화’를 빌었다. 히로시마 시 유학생회관에서 진행된 포럼에서는 히라오카 타카시 전 기자, 이토 소노미 감독을 만났다. 국경을 초월하여 역사를 기억하는 그들을 보니,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는 대한민국의 아픔조차도 모른 체한 ‘못난이’였다. 

왜 나는 우리나라 역사를 외면했을까. 한 국민으로서 아픈 역사에 고통스러워하고, 계속 싸워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 체했던 걸까. 부끄러움에 고개가 숙여졌다. 햇빛에 익어버린 내 두발이 보였다. 난 방관자였다.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피해자, 그곳에서 강제이주당한 조선인, 위안부 할머니,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독립투사 분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았다. 그분들의 삶 은 내 삶이 아니었다.

더위로 폭주하는 날씨를 빼면 작년 여름방학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방학이 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우연히 가겠다고 한 히로시마에서 나는 검게 그을린 발과 깊어진 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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