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난민반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신의 난민반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지선영 기자
  • 승인 2018.08.29 00:56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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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 캡쳐

지난 1일,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예멘 난민 반대’ 청원이 약 71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역대 최다 청원을 기록했다. 서울과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대규모 전국 집회가 5차까지 진행됐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상에서는 “난민은 모두 성범죄자다”, “다 쫒아내 버려야한다” 등의 인권 침해성 발언과 조롱까지 이어졌다. 국민들이 ‘난민 수용’에 대해 이토록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낯설고 생소한 것에 쉽게 불안을 느끼곤 한다. 난민 문제 역시 같은 이치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타 국가와는 달리 난민 수용 비율이 상당히 낮다. 또한 이슬람교도 일본과 중국에 비해 비교적 늦게 들어온 편이다. 따라서 ‘난민’에게 느끼는 이질감과 불안감 역시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7월 13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난민 수용 거부감에 대한 원인’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여론조사 결과 ‘난민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44.7%)’, ‘종교 및 문화적 갈등(21.9%)’, ‘난민에 의한 일자리 감소(15.6%)’가 차례대로 순위를 차지했다. 국민들은 아직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난민’의 존재로부터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슬람은 범죄의 근원? 경계해야 하는 ‘제노포비아’
이방인에 대한 혐오 현상을 나타내는 ‘제노포비아(xenophobia)’와 남을 배척하는 사상 경향을 뜻하는 ‘배타주의’란 단어가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와 같은 옛 속담처럼, 사람들은 자국민보다 타 집단에 엄격한 잣대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마련이다. 이 때문인지 난민이 모든 범죄의 피의자라는 프레임마저 생기고 있다.

실례로 얼마 전 SNS에서 떠돈 <제주 실종> 괴담이 있다. 6월부터 제주에서 발생한 6건의 실종·변사 사건이 모두 예멘 난민의 소행이라는 소문이었다. 계속해서 불거지는 논란에 제주지방경찰청은 “그동안 예멘 난민 관련 112신고는 총 7건 접수되었지만, 범죄 관련 신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SNS에서 떠돌고 있는 괴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제주도여성실종사건’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허위자료를 유포하기에 바빴다.

법무부 및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17년 체류외국인 수는 16년보다 약 6.4% 증가했다. 하지만 반대로 17년 외국인 범죄는 오히려 16년보다 약 17.6% 감소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과 정보는 이미 특정 대상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그저 그 특정 대상이 ‘낯설고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우리가 담론해야 할 주제는 난민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올바른 상황 판단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제노포비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우리가 난민을 반대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단지 ‘불안감’이라는 족쇄에 얽매어 이유 없는 혐오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


국가적 차원의 해결책이 필수적
여전히 SNS에서는 예멘 난민들에 대한 자극적인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그리고 이 거짓 정보를 토대로 쌓인 불안은 하나의 거대한 신념 체계를 형성했다. 불안으로부터 온 ‘제노포비아’와 자극적인 미디어가 만난 결과다.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지난 6월 말 ‘예멘 난민 브리핑’을 통해 “국제적인 책무를 다 하면서도 국민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라 밝혔다. 국가도 이미 불안감에 의한 국내 여론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8월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까지도, 자국민을 위한 ‘이렇다’ 할 정책은 감감무소식이다.

‘제노포비아’, ‘난민에 대한 오해’ 같은 사안들은 이제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적, 인도적 차원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총체적인 접근방식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렇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국가가 직접 나서 난민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를 공지하고, 실질적인 통계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난민이 필요로 하는 이해’와 ‘자국민들이 갖는 오해’ 사이 간극을 줄여나갈 수 있다.
하고 잘 될 ‘기회’를 주어야 하지 그 난민들이 무조건 성공하고 잘 돼야만 하는 게 아니다. 물론 난민들이 우리와 100% 동등한 기회를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자신들의 꿈을 향해 걸어갈 때 최소한 차별 받지 않고 경쟁에 참여할 기회는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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