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초록_안희정 무죄판결]: 8월 15일자 사설
[시사초록_안희정 무죄판결]: 8월 15일자 사설
  • 오명진, 김다은, 이나영, 지선영 기자
  • 승인 2018.08.29 01:32
  • 호수 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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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안희정 1심 무죄 … 도덕적·정치적 무죄 판결은 아니다]
중앙일보는 안희정 1심 무죄 판결이 “도덕적, 정치적 무죄 판결은 아니다”란 입장을 보였다. 맞는 소리다. 하지만 대체적인 논조는 피해자에 맞춰져있지 않았다. 무죄 판결에 대한 피해자 김지은 씨, 여성계 반응을 넣었지만, 그것이 다였다. 안희정 무죄 판결이 함의한 바는 아예 논외로 삼고 있었다.

중앙일보의 본론은 이것이다. “자유한국당 역시 안희정 1심 무죄는 미투 운동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비판했다… 도덕성과 깨끗한 사생활, 철저한 자기관리는 우리 사회가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당연한 덕목이다. 그가 개혁과 진보를 외친다면 더더욱 그렇다.” 갑자기 무엇이 더더욱 그렇다는 것인가? 개혁이니 뭐니, 진보니 보수니. 미투 운동은 선동가들의 정치적 소구로 쓰일 사회 움직임이 아니다.

바로 위 언급한 본문 다음에는 ‘젠더 감수성도 필수적이다’란 문장이 나온다.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열한 글자짜리 접속사 같다. 대중들에게 욕먹을 때를 대비해 탈출구를 만든 느낌도 든다. 이상 미투 운동을 정치적 소구로 쓴 중앙일보의 15일 자 사설이었다.

- 오명진 기자


동아일보 [‘안희정 무죄’ 판결이 미투의 미래 향해 던지는 숙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미투 운동’과 관련한 첫 선고에서 무죄가 나온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 무죄판결이 미투 운동의 위축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또한, 판결에 있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위력’의 범위가 엄격한 점, 현행법(형법297조)이 강간의 기준을 협소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는 곧 대한민국 성폭력 처벌체계가 발전될 필요성을 암시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No Means No Rule체계(동의 없는 성관계를 강간으로 처벌)구축과 권력형 성범죄 처벌강화에 힘을 싣는 사법 체계 개선을 주장했다. 부당권력이 활보하지 않는 미래를 향해 미투 운동의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였다.

페미니즘에 대해 여러 갈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미투 운동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미투 운동은 살아남아야 하고, 성범죄 처벌체계는 강화해야하고,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한다.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로 가기 위해 모두가 신발 끈을 단단히 매고 한걸음 씩 내딛어야 한다. 그래야 더 높은 산을 넘을 수 있다.

- 김다은 기자      

디자인 이윤지

경향신문 [‘피해자다움’이란 왜곡된 통념에 기댄 ‘안희정 무죄’]
경향신문은 재판부가 지난 14일, 안희정 전 지사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이유에 주목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안 전 지사와 비서인 김지은 씨의 “위력관계를 인정하면서 위력행사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가 간음 이후 안 전 지사와 함께 와인바에 간 점”과 “피의자가 머리를 했던 미용실에서 머리 손질을 받은 점”을 문제 삼았다.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는 재판부가 피해자 김지은 씨에게 한 말이다. ‘피해자는 이래야 한다’는 한국 사회의 통념을 잘 보여준다. 결국 김지은 씨는 재판부에 말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성폭력 사건 이후 그는 사표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될 수 없었다.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했다며 미투 운동에 참여하면,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욕들이 여러 포털사이트에 떠돌아다닌다. 이번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안 전 지사가 아닌 김지은 씨를 폄훼했다. 재판부도 그랬다. 그렇지만 윤리적 정당성을 공인받은 인권행동인 ‘미투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피해자에게 인권 보장대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말라.

- 이나영 기자


한겨레 [“명백한 동의 없으면 성폭력”이 상식 되어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1심 무죄판결 이유는 “전 지사의 간음 행위에 ‘업무상 위력 행사’가 개입되지 않았음”이다. 한겨레는 여기서 ‘위력’이라는 단어를 집중 조명했다. ‘권력형 성폭행’이란 점을 생각했을 때, “확고한 거절 의사가 없었음을 ‘수긍’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계만으로도 위력이 형성되는 사회 속에서 ‘거절’의 의사를 확고하게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다.  

또한 이번 재판 결과가 추후 발생될 권력형 성범죄에 면죄부로 작용될 수도 있을 것이란 가능성을 제시했다. ‘성적 그루밍(grooming)’과 ‘Yes Means Yes’, ‘성인지 감수성’ 등 재판에서 사용된 젠더 용어들에 관해서는 재판부가 여성계의 의견을 검토한 의도가 다분하다고 해석했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취해야 하는 반응’이란 것이 언제부터 정해져 있었는가. ‘이렇게’ 행동하지 않아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상처를 받은 당사자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처사다. 이번 사건은 앞으로의 ‘#미투’ 재판에 있어 하나의 큰 장애물이 되었다. 꼭 가시적인 위력만이 위력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짓누르는 사회적 시선과 암묵적 위계질서 모두 하나의 ‘위력’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

- 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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