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요하는 사회
'경제' 강요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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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6.22 14:58
  • 호수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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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경영은 부패 가능성이 전문 경영인 기업보다 구조적으로 높다.” 한국 재벌 기업의 구조로 인한 폐해가 지겨울 만하면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것을 보아온 이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위의 문장을 옳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문장은 옳은 문장이 아니다. 경제 토플을 자처하는 테샛 (TESAT)에 의하면 말이다.

테샛은 경제지 <한국경제>가 만든 경제 능력 테스트다. <한국경제>는 재벌대기업을 포함한 190여 개 기업이 주식을 보유한 신문이다. 본교 성심교정에도 아침 마다 무료로 배포되어 흔히 볼 수 있는 <한국경제>를 읽다 보면 ‘앞으로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에 취업하려면 TESAT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라든지 ‘새학기 맞은 대학가 "테샛 공부하자" 폭발’ 과 같은 표현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취업을 위해 하나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 하려는 대학생들에게 무료로 신문을뿌리고 ‘자사 주최의 시험을 봐야 취업에 유리하다’는 식의 기사를 읽게한다. 그러면서 다른 대학생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불안함을 자극시킨다.

그 결과 지난 1월 6회 째를 치른 테샛은 누적응시자가 2만명에 이르렀다. 각 대학들은 테샛 응시료를 지원 해주거나 정규 교과를 개설하고 심지어 강원대 경제학과는 졸업시험을 테샛으로 대신하게했다. ‘경제토플’을 자칭하는 테샛이 스펙시장 최대의 소비자인 대학과 대학생들에게 권위를 얻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테샛의 시험 문제는 시장주의 이데올로기를 다분히 담고 있다. ‘최저임금제 실시는 실업률을 높이고 기업에 부담이 된다든가, 고가의 부동산이 있어도 부자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배치된다’는 식의 답을 요구한다. 찬반양론이 존재하는 상황이거나 사회 전반적으로 통용되는 일반적 상식에 대해서도 이데올로기적 가치판단을 강요하는 문제들이다.

‘경제’ 혹은 ‘경제학’이라는 이름이 이데올로기적 가치판단을 강요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선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 국내의 저명한 경제학자는 대외 강연마다 "신문 구독자 중 경제지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사회가 경제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사회"라는 근거 없는 말을 하면서 재벌이 주인이며 시장주의 이데올로기가 담긴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학은 상당한 가치판단을 요구한다. '수요-공급곡선이 만나 최적의 균형을 이루는 시장이 만능이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시장에 대한 신앙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규제가 완화된 미국 금융제도가 처참히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시장의 자유가 강해질수록 공공재의 공공성이 저하되어‘민주주의’의 가치가 흐려지는 것을 보아왔다.

시장경제가 완전한 것이 아님에도 취업에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시험은 시장에 대한 신앙을 증명하라 요구한다. 하나의 스펙이 아쉬운 대학생들은 협박에 가까운 주장에 그들의 주장에 그들의 가치판단을 받아들인다. 그것이 어느새 진리가 되어버렸다. 선진화된 대학생들은 사실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기 전에 이미 시장경제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되어 버린다. 취업난이 계속되니 자신의 가치판단마저도 스펙에 팔아넘겨야 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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