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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페스티벌 “내가 여기에 있음을”
[311호] 2018년 09월 18일 (화) 22:22:03 이수진 기자 sujin8283@catholic.ac.kr
 

▲성소수자 반대세력이 축제 참여자들을 에워싸고 있다.

 
   

▲연대단체의 무지개 깃발이 흔들린다.

퀴어(Queer)란 사전적으로 ‘이상한’, ‘기이한’ 등의 뜻을 가진다. 이전에는 동성애자를 비하하거나 경멸할 때 이 단어를 사용했지만, 1980년대 동성애자 인권운동이 전개되면서 본래의 부정적 의미는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을 시작으로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매년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퀴어문화축제는 소위 ‘퀴어퍼레이드(퀴퍼)’ 혹은 ‘퀴문축’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올해 인천에서는 ‘2018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8일(토)에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성소수자 반대세력이 광장을 점령함에 따라 행사가 제대로 개최되지 못했다. 결국 축제는 타인을 향한 혐오와 비난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촬영 당하고, 뒤를 밟히다
공식포스터를 보니 행사 장소는 동인천북광장으로 학교와 비교적 가까운 동인천역 근처였다. 주최는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였고, 인천녹색당·한국다양성연구소·성공회나눔의집 등이 연대단체로 참여했다. 주변에 대형교회가 많은 광장에서 열리는 첫 퀴문축이었기에 성소수자 반대세력과 대치가 클 것이라 예상했다.

축제 당일 오후 12시, 동인천역으로 가면서 SNS를 통해 현장 상황을 확인했다. “성소수자 반대세력과 대치가 심해 부스와 무대설치를 하지 못했다”, “폭력 상황이 벌어졌다”는 글이 보였다. 동인천역에 가까워지자 역 바깥에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크게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행사가 열리는 북광장으로 걸어갔다. 역 출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반대 피켓을 들고 소리치고 있었다. 몇몇 피켓에 ‘성평등X 양성평등O’ ‘동성애 유전자 없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내 주변으로 따라와 걷기도 했다. 그들은 “얘, 동성애는 유전자가 없어”, “천국가야지. 동성애하면 지옥간다”며 말을 걸었다. 성소수자 반대세력 사이를 걸어가는 동안 누군가는 나를 동영상으로 촬영했고, 누군가는 뒤를 밟으며 따라왔다. 나는 혼자였고, 그들은 다수였기에 다소 겁이 나기도 했다.
 
“내가 여기에 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온전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퀴어가 ‘퀴어’가 아닌 세상을 꿈꿉니다.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구분하지 않아도 괜찮은….” - 축제 참가자 부민주(사회복지·졸)

 ▲성소수자 반대세력의 피켓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축제에 합류했다. 언뜻 보기에 100명가량 되는 퀴문축에 참여한 사람들을 둥글게 둘러싼 성소수자 반대세력이 보였다. 그들은 경찰의 저지선 뒤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네 엄마가 집에서 피눈물 흘린다!” “집에나 가라!”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이에 맞서 축제 참여자들도 소리쳤다. “성소수자 반대세력 반대한다!” “동성애 찬성한다!”

부민주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처음 동인천역 북광장에 도착했을 때 충격적이었다. 서울 퀴문축에서 자원봉사하며 성소수자 반대세력은 많이 만나봤다고 생각했지만, 여기는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아 참가했다”는 홍장원(인문학부·1) 학생. 그는 “어쩌다 경찰의 저지선을 벗어나기라도 하면 수많은 성소수자 반대세력의 위협을 받아야했다. 그들은 성소수자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를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의 휠체어를 뒤집어버리고 조롱하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본교에 재학 중인 고로케(가칭)는 “사실상 광장에 갇혔다. 음식물 없이 몇 시간씩 버티다 탈진한 사람들과 대치중에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소수자 반대세력에게 포위되어 부상자 이송이 힘들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부민주 씨는 “실제로 내 지인도 응급차에 실려 나갔다. 그런데 성소수자 반대세력들은 오히려 잘됐다며 박수를 쳐대고, 경찰은 그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혐오와 비난으로 얼룩진 ‘축제’
사전 예고된 퀴문축 일정은 △11시 부스행사 △2시 공연 △4시 퍼레이드 △5시 AFTER PARTY가 있었다. 하지만 공연과 부스 행사 모두 취소됐다. 행사 마감 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원래 6시에 끝나야 할 행진은 오전부터 계속된 성소수자 반대세력과의 대치로 인해 9시가 넘어서야 종료됐다. 

홍장원 학생은 “계획대로였다면 무대와 부스를 설치해서 공연을 즐기고 후원도 했을 것이다. 공연 무대와 부스 진행을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경찰들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고 뒤늦은 감이 있었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부민주 씨 역시 퍼레이드를 시작해야 하는데 성소수자 반대세력이 길을 막고 누워있었다. 저녁 늦게 겨우 시작했지만 경찰의 보호도 잘 안 이뤄졌다. 성소수자 반대세력은 물론, 무능한 경찰에게 굉장히 화가 났다”고 퍼레이드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고등학생 축제 참가자인 루디(18세)는 본인을 양성애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만일 내가 이성애자라고 해도 타인의 사랑을 반대하거나 싫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사랑에대해, 나는 반대한다고 답할 자격이 없다”며 “사랑하니까 반대한다는 말은 틀렸다. 진정 그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을 존중하고 안아줘야 한다. 내년 축제에는 성소수자 반대 세력보다 더 많은 퀴어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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