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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뭉친 4]人 평균 18시간 영화자막 제작… 청각장애인의 ‘당연한’ 문화 향유 위해
[311호] 2018년 09월 18일 (화) 23:32:10 오명진 기자 ckrgksaudwls@catholic.ac.kr
   
▲왼쪽부터 차례로 박새연(경영·3), 한지현(경영·4), 최인혜(사회복지·2), 김희주(사회·3) 학생. 총 네 명의 오롯 팀원이다. 오롯은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스와 창업대학 창업동아리 소속 배리어프리 영화자막 단체이다. 최근 2018 부천단비기업 창업지원사업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로맨스나 슬픈 장르 영화는 비교적 타이핑이 쉽습니다. 잔잔하니까요. 하지만 액션 영화는 묘사할 소리가 다양해 30시간 넘게 소요되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도 표정 변화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감정묘사를 많이 해야 하는 장르예요.”

한 사람당 영화 한 편. 자막 타이핑 작업 시간은 짧아야 15시간, 평균이 18시간, 길면 30시간이다. 네 학생은 그렇게 지난 11개월 동안 오롯이 뭉쳐 약 20편에 달하는 한국영화자막을 제작했다. 이들의 이름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국 배리어프리영화 자막 제작팀 ‘오롯’이다. 한 애독자 소개로 연락이 닿은 한지현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PM)와 10일 교내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테이블 위 놓인 질문지에는 답변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오롯은 ‘모자람 없이 온전하다’라는 뜻을 가졌다. 팀 이름 선정 이유와 활동 취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말 뜻이 좋아 택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당연하게 영화관과 집에서 영화를 보듯이, 청각장애인도 그러한 문화를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물론 인공 와우(인공 달팽이관), 보청기 기술이 발전해 청각장애인도 일정 데시벨 이상의 큰 소리는 들을 수 있어요. 이를 고려하면 기존 배리어프리 영화에서 제공하는 ‘음성화면해설’은 그들과 오히려 분리될 필요가 있어요. 큰 해설 소리에 영화 배경음악, 효과음 등이 묻히게 되는 거죠.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 영화에는 자막이 별도 제공되어야 합니다. 시청각장애인이 각자 필요한 보조도구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요.”

한지현 PM은 독일과 일본이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라 소개했다. “두 나라 영화상영관에서는 시각장애인용 음성화면해설과 청각장애인용 배리어프리 자막을 의무로 제공해야 합니다. 스마트 글라스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기술을 통해서요. 최근에는 앞 좌석에 카메라 봉 형식의 스마트폰 거치대를 달아둔다고 해요. 스마트폰으로 자막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거치대에 달면 영화 관람이 가능한 거죠. TV 프로그램이나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면 음성화면해설과 자막을 바로 사용할 수 있어요.”

한국 배리어프리 영화계 상황은 암담했다. 오롯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359편(3년 평균치) 중 배리어프리 영화는 단 30편에 불과했다.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관 역시 전체 상영관의 12%에 머물렀다. 기자는 이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문화 격차 원인과 직결될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한지현 PM은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해외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의무 서비스 제공이 부족한 실정이죠. 공중파 방송 3사를 제외하면 서비스 제공이 의무도 아니고요. 자막이 제공된다 해도 영상 속도와 일치하지 않는 등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라며 제도적 한계를 꼬집었다.

지난 7월 오롯 팀이 시범 공개한 영화자막은 <굿바이 싱글>, <덕구>, <바람바람바람>, <마당을 나온 암탉> 총 네 편이다. 이 영화를 포함해 오롯은 앞으로 공개할 자막을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했다. 장애인 자막 서비스에 대한 추가 비용청구는 그들 인권을 고려하지 못한 처사이며, 자막은 2차 저작물이므로 비영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지현 PM은 “우리는 아무런 문제 없이 영화관이나 VOD 서비스 기업을 통해 영화를 관람합니다. 이를 생각하면 청각장애인 자막 서비스도 당연히 무료가 되어야 하겠죠”라고 덧붙였다.

자막은 실제 청각장애인의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물이라 했다. “피드백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을 깨달았어요. 청각장애인은 소리가 안 들릴 뿐이지 화면 속 배우의 감정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울먹이며, 화난 듯이’와 같이 불필요한 감정 묘사는 자막에서 포함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또한 한 화면 속 자막 양을 줄였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수화는 일반적인 한국어와 문법 구조가 다른데, 이를 주된 의사소통 도구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에게는 짧게 묘사된 문장이 이해하기 좋다고 해요.”

“작년 말에는 청각장애인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어요. 그중 몇몇 분이 ‘이런 일을 기획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오롯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프로젝트에 쏟고 있는 열정과 시간을 보상받은 느낌이었고, 지금 하는 일이 헛되지 않음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인터뷰에서는 ‘배리어프리 단어 자체가 가진 생소함’도 사회 구성원이 풀어야 할 과제로 거론되었다. 한지현 PM은 오롯을 대표해 말했다. “배리어프리가 생소하지 않은 사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배리어프리 운동은 오롯이 인식한 문화영역을 포함해 교육, 제도,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하지만 공론화 과정을 더 거쳐야 합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목소리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이, 장기적으로는 한국 사회가 변화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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