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심사평] 컨텍스트의 힘이 잘 드러났다
[사진 심사평] 컨텍스트의 힘이 잘 드러났다
  • 조용준(사진학 박사, 백석대학교 디자인영상학부) 교수
  • 승인 2018.12.11 10:07
  • 호수 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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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란 단어는 의미를 이해하는 건지, 정보를 받아들이는 건지 또는 해석을 하는 건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 ‘읽다’란 지극히 문학적 단어를, 시각 매체인 사진에서 ‘본다’란 말보다 요즘 더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사진이 마치 문학처럼 언어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소설 같은 사진, 수필 같은 사진, 다큐멘터리 이야기 같은 사진 등이 있을 수 있으며 언어의 수사법이 그대로 사진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완벽하게 소통하거나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사진은 매우 불안한 매체입니다. 상황에 따라 의미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부족한 의미를 채워주는 보완적 방법이 작가의 글이나 캡션입니다. 

가대문화상 사진 공모작의 성격을 보면 사진과 텍스트를 함께 제출하는 것입니다. 바로 앞에서 말한 그 보완적 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 텍스트들을 살펴보면 사진을 설명하거나 사진에 보이는 현상을 강조하거나, 또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제출한 많은 사진작품 중에 유난히 차별이 된 사진과 글이 있었는데 바로 <범종 소리 듣는 고아>라는 제목의 작품이었습니다. 해질 무렵으로 보이는 시간대에 잎이 없는 가지만 무성한 나무를 실루엣으로 촬영한 사진인데, 사진 자체로 좋은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컬러나 전체적인 톤 역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이 다른 사진과 구분되는 큰 차이점은 글에서 나타납니다. 한 사람의 마지막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을 단순히 이미지로만 읽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이끌림이 있었고 이미지와 글이 잘 조합되니 그 이미지는 더욱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바로 사진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게 만드는 컨텍스트의 힘이 잘 드러나고 있어 이번 가대문화상의 사진 부문 수상작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심사가 제게 즐거운 경험을 안겨 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다양한 생각과 이미지를 보면서, 가대문화상 사진 부문이 계속 발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개인화된 매체인 사진으로 자신의 주변에서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하시길 고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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