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 때 뭐하냐고요? 나만의 '숨구멍'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요?
예과 때 뭐하냐고요? 나만의 '숨구멍'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요?
  • 이은혜
  • 승인 2019.02.23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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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훈, 이동엽, 김지홍 학생에게 듣는 3인3색 취미 이야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고 삶의 의지조차 생기지 않을 때. 우리는 그 순간을 불 태웠다’, ‘소진해버렸다’, 번 아웃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그가 붙인 이런 번아웃 신드롬은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정신질환이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번아웃 증후군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자칫하다 인생의 방향성을 통째로 잃을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번아웃 증후군의 좋은 예방책이자 치료방안으로 취미생활을 추천한다. 일과 관련되지 않은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평상시 스트레스를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를 위로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만의 탈출구가 있냐 없냐의 차이는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이런 탈출구를 일찍이 찾은 친구들이 있다. 이 친구들은 어떤 계기로 자신만의 쉼터를 찾은 것일까. 고전, 음악, 미술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푹 빠지게 된 세 명의 친구들을 통해 각각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었다.

 

고전이라는 쉼터

인문학, 고전문학. 대부분 사람들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책들이다. 허나 김시훈 (의학·2) 학우에게는 이런 고전들이 일종의 휴식처이자 자기계발의 터가 되었다. 4년 전, 고전에 관심 많은 친구의 추천으로 함께 고전을 읽고 토의하는 외부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다. 정기적으로 발표회를 열고 소논문을 엮어 출간하는 등 활발히 활동에 참여했다. 그 결과 현재는 오십 여명의 회원을 둔 대형 모임이 되었다.

김시훈 학생이 속해 있는 고전읽기 모임, '딴짓, 고전 100권과 놀다'의 활동 모습
고전읽기 모임 '딴짓, 고전 100권과 놀다'의 활동 모습

Q. 대학 오기 전에도 고전에 대한 관심이 있었나요?

고전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생 때부터 있었습니다. 그 때는 어떤 책이 좋은지 잘 몰랐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제목이 재미있어 보이는 책이나, 사서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도서들을 주로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라는 책을 읽고 어떤 책이 좋은지 나쁜지 구분하기 어렵다면 수천 년, 수백 년을 버텨온 고전은 믿을만한 책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고전 도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Q. 꾸준히 고전 읽기 동아리 활동을 하게끔 만드는 고전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일단 재미있습니다. 책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모임 도중 다른 사람들이 툭툭 던지는 질문들이 재미있어서 계속하게 됩니다. 매 주 방대한 양에 허덕이며 내용을 곱씹어 보지 못한 채 시험만 치르는 의대 공부와는 다릅니다. 이 모임에 오는 순간 사람들은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보고 의심하게 됩니다. 처음 2,3시간동안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을 하죠. 서로의 의견을 나눌 때마다 드는 생각 한다는 감정은 이로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느낌 때문에 계속 모임에 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100권의 고전을 통독하는 것입니다. 훌륭한 책 100권을 읽는다면 그 학생 또한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사고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드럼 비트라는 쉼터

두 번째로 만나볼 학생인 이동엽 (의학.2) 학생은 드럼에 빠져있다. 외국 생활 당시 중학교 교육과정 때문에 필수로 악기 하나를 배워야 했다. 그는 percussion을 선택했고 그렇게 드럼에 입문하게 되었다. 그 후 대학에 와서도 꾸준히 드럼을 쳐 지금은 드럼이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정기적 공연에서 드럼 연주하는 이동엽 학생
정기적 공연에서 드럼 연주하는 이동엽 학생

Q. 대학 입학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우선 대학 입학하자마자 밴드동아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3년간 열 번 넘는 공연을 섰었는데요. 방학 중인 지금은 동아리 활동 말고 친구들과 외부에서 공연을 가끔씩 하고 있습니다.

 

Q.일상생활에서 이런 취미가 있는 것이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것 같나요?

공부 스트레스 해소하기에 좋죠. 동작 하나하나의 소리가 총 쏘는 것처럼 펑펑 터지니 재미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동아리방에 드럼이 있다 보니 동아리방에서 공부하다가 지칠 때마다 드럼을 칩니다. 5분정도 드럼을 치고 그 후에 다시 공부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지요. 수업 듣다가 시간이 빌 때도 동아리방에 가서 드럼을 치는 습관이 들이고 나니 익숙해져 이제는 제 생활에 빠져서는 안 되는 일부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드럼에 쏟은 시간을 생각해보니 대학생활 대부분을 드럼을 치면서 보낸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라는 쉼터

마지막으로 만나볼 학생은 어릴 때부터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김지홍 (의학.2) 학생이다.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다가 태블릿 pc를 구매하면서 다시 그림을 시작한 그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개인 SNS계정에 올리는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김지홍 학생이 직접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
김지홍 학생이 직접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

Q. 그림 그리기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림은 제가 원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로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나 놀고 있는 모습, 쉬는 모습 등을 많이 그립니다. , 저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카드를 소량 제작하여 주변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합니다. 일 년에 한번씩 이 기회를 빌어서 친구들에게 손편지를 쓸 수 있게 되어 좋더라고요.

 

Q. 자신만의 취미를 개발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취미를 가지려면 일단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많이 해봐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외부동아리나, 기업에서 후원해주는 클래스를 듣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많은 시도를 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을 지켜본 바, 남들이 부러워하는 재능 대부분이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한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잘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평생의 취미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여러 취미를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나만의 색깔을 입혀

자신만의 색을 찾은 위의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일찍이 스스로에게 집중했기에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솔직해지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온몸의 감각세포를 섬세하게 열어둔 채로 말이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했을 때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는 것이 있다면 꾸준히 가꾸어나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시간과 정성이 있어야 자연스레 몸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위의 친구들처럼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숨구멍의 모양도 살아가는 방식만큼 다양하다’ - 하루의 취향

내가 숨 쉴 수 있는 취미라는 구멍은 어떤 모양일까. 어떤 틀에 구속받지 않고 자신을 알아 가본다면 앞으로의 대학생활이 소소한 재미로 펼쳐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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