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가?
무엇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가?
  • 김다영 기자
  • 승인 2019.08.16 16: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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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의학은 질병 원인을 개인에게서 찾는 접근에 익숙해져 있다. 전통적인 역학 교과서에서는 노화, 가족력, 불규칙한 생활패턴 등의 복합적인 요소가 질병을 일으킨다고 설명해왔다. 여러 요소가 그물망처럼 얽혀 질병을 만든다는 원인의 그물망이론은 사회역학의 핵심 개념이다. 그러나 역학과 원인의 그물망: 거미를 본 사람이 있는가?’라는 유명한 역학 논문은 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정작 그 원인을 만드는 원인, 즉 그물망을 만드는 거미는 도대체 어디 있냐는 것이다. 현대 의학은 질병 자체를 박멸하는 데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질병을 키우는 환자의 열악한 주거 및 근무 환경 등에 대해서는 등한시해왔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로에 시달리는 집배원들

올해에만 9명의 집배원이 숨졌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과로와 안전사고 등으로 숨진 집배원은 총 191명에 달한다. 이처럼 부족한 인력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집배원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우체국은 보통 6시까지 운영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체국은 24시간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택배 접수는 6시까지 받지만, 전국 물량이 집중국으로 모이고 이를 밤새 지역별로 분류하는 수작업이 이루어진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한국 임금노동자의 노동시간보다 평균 700시간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가 쓰기도 여간 쉽지 않다. 연가를 사용할 경우 다른 동료들에게 업무가 전가되기 때문이다. 고양 덕양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원 박 씨는 한 사람이 빠지면 나머지가 그걸 또 분배해서 이 더운 여름날 두세 시간 더 해야 해요. 보충 인력도 없고. 나 하나도 벅차다며 인력 충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서울 중랑 우체국에서 근무 중인 집배원 김 씨 역시 “23개 연가 중 3개밖에 못 썼다제가 휴가 가면 다른 분들은 제 구역을 저만큼 빠르게 못 도니까 더 힘들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과연 이들의 건강 상태는 어떨까? 우정종사원에서 조사한 한국표준질병분류 질병 위험성 평가에 따르면 대부분의 근골격 계통 및 결합조직의 질환 및 모든 사고의 위험도가 집배원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특히 남성 우정종사원은 교육직공무원보다 골괴사로 인한 입원 가능성이 4.16배나 높았다. 그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업무 특성상 차량으로부터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유병률도 높게 나타났다.

집배원 한 명은 1년에 평균 3.4회의 사고를 경험한다. “다리 위에서 어지럼증이 와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갔다가 다행히 죽지 않고 넘어왔는데... 그게 13개월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에요.” 이처럼 집배원의 업무엔 사고가 일상화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원 미화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지난달 5일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던 미화원 심 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식 사인은 면역력 감소로 인한 폐렴이었지만 병원 노조는 과로로 인한 감염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반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을 분리하는 작업을 맡은 심 씨는 올해에만 세 차례 ‘12일 연속근무했다. 또한, 해당 현장에서는 소각로가 고장나 의료폐기물이 무려 20일 가까이 방치되어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의료폐기물이 5일 이내에 처리되어야 한다는 의료폐기물 처리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서울의료원 측은 감염 가능성이 적다며 심 씨의 사망을 고인의 지병이었던 당뇨병과 간경화로 지목했지만, 노조 측은 과로로 인해 면역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의료 폐기물에 노출돼 감염됐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울의료원의 경우 오후 4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야간 근무자 4명이 병원 전체를 청소한다고 한다. 21조로 팀을 이뤄 한 팀은 지하 4층부터 1층 로비까지, 다른 팀은 병동 콜과 수술실을 맡는다. 여기에 화장실에 문제가 있거나 추가 퇴실자리 정리 및 수액 폐기 등의 뜻밖의 상황이 있을 때는 업무가 더욱 늘어난다. 노조 측에서 노동의 버거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미화원은 병원의 안전을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이들의 근로환경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 허나 안전한 환경은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서울대병원에서만 미화원이 의료폐기물을 청소하다 바늘에 찔린 사고가 여섯 차례,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안전장갑 지급을 요구하면 병원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지만, 하청업체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처럼 다른 이의 건강을 담보로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요?

환자가 매일매일 살아가는 환경, 관계, 문화 등의 일상적인 요소가 신체에 깃들어 병을 만든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가 사회의 건강이 개인의 몸에 새겨진다고 했듯이 결코 아픔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라는 말이 당연해진 요즘 시대에 병원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이 묻는다. 당신은 거미를 본 적이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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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영넘버원팬 2019-08-17 21:42:50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기사네요. 언제나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