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의 소송
도롱뇽의 소송
  • 정영수(법학부) 교수
  • 승인 2010.08.16 16:36
  • 호수 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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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필자는 올해 초반 흥미로운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기사 제목은 오바마의‘거북이’. 내용인즉슨 미국 캘리포니아주모하비 사막에 세워질 거대한 태양열 에너지 단지가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이유는 '사막 거북이'(desert tortoise)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환경단체는 자연생태계를 파괴한다며 즉각 태양열 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할 것을 정부와 기업에 요구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해당 기사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지율스님의 도롱뇽’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른바 ‘도롱뇽 소송’으로 불리우며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사건은 최근까지 그 여파가 이어져 얼마전 지율스님이 ‘도롱뇽 소송’담당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어쨌든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발과 그로 인한 환경 침해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 민사소송법학자들은 일반 대중들의 관심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도롱뇽 소송’에 주목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도롱뇽과 그 친구들이 소를 제기한 것에흥미를가졌었다.‘ 도롱뇽소송’의개요는한국철도시설공단이 국가의 전 지역에서 장기간 이루어지는 고속철도사업의 일환으로 천성산에서 터널공사를 시행함에 있어서 그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도롱뇽과 그 친구들이 공사착공금지가처분소송을 한 것이다. 결론만 말하면, ‘도롱뇽’은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지만‘그 친구들’은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소송의 당사자가 되려면 자연인 또는 법인이어야 한다. 적어도 비법인사단 정도는 되어야 한다. 도롱뇽은 해당 사건의 발생 지역인 천성산 일원에 서식하고 있는 도롱뇽목 도롱뇽과에 속하는 양서류이다. 그러므로 도롱뇽은 당사자가 될 수 없었고, 법원도 이와 같이 판시하였다. 한편 법원은 도롱뇽의 친구들은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의 친구들은‘천성산을 비롯한 모든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운동을 통해 더이상의 자연파괴를 막는 한편, 생명을 중시하는 생각을 폭넓게 전파하여 환경운동ㆍ생명운동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도롱뇽과 친구들’이라는 비법인사단이었기 때문이다.
 ‘도롱뇽 소송’을 비롯해서 해마다 법원에 접수되는 민사사건은 대략 4백만건이 넘는다. 이러한 민사소송에 관해서는 법원의 관할, 당사자, 소송물, 중복제소금지, 처분권주의, 변론주의와 석명권, 자유심증주의, 재판상 화해,기판력, 병합소송, 상소심 등 다양한 문제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사소송에서 다루어야 할 이와 같은 주제들은 모두 공평, 적정, 신속, 경제라고 하는 이상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한다. 그리고 당사자와 법원은 이러한 이상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소송에서 당사자가 될 수 없었던‘도롱뇽’은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그의 친구들’은 소송당사자로서 민사소송의 이념을 실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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