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강력한 처벌 이뤄져야...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 강력한 처벌 이뤄져야...
  • 윤선주 기자
  • 승인 2020.03.28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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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악순환

 

여성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핵심 피의자 조주빈(25)19일 경찰에 구속됐다. 조주빈은 25일 검찰에 송치되었고, 26일 서울중앙지검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팀에 첫 조사를 받았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벌어진 성 착취 사건이다. 지난해 2갓갓이라는 유저가 여성과 아동·청소년들을 협박하고 노예화해 성 착취물을 유포한 *‘N번방을 시작으로, ‘링크 정보 공유방’, ‘지인 능욕방(지인 얼굴과 나체 합성)’ 등 성 착취물이 텔레그램 내에서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후 갓갓은 잠적했고, ‘와치맨N번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9월 다른 사건 구속 조사 중 N번방 운영 혐의가 밝혀져 추가 기소된 상태이다. 19일 구속된 조주빈(닉네임 박사’)N번방과 유사한 수법으로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하여 범죄이익을 얻은 박사방의 운영자이다.

*N번방: 1번방부터 8번방까지 채팅방 8개로 운영되어 이같이 불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 착취 범죄를 저질러 유흥거리로 소비한 반인륜적 범죄이다. 피의자들은 SNS의 여성 *일탈계 유저를 해킹 링크 전송, 경찰 사칭, 고액 알바 모집 등으로 유인해 신상 정보를 얻은 후 협박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박사방의 경우 피해 여성들에게 몸에 노예나 박사라는 글씨를 잉크나 칼로 새기게 했다. 운영자들은 잔혹하고 엽기적인 성 착취물을 유포하며 범죄수익을 챙겨왔다. ‘박사방운영자들은 회원들에게 수십만 원에서 최대 150만 원의 입장료를 받았으며, 본인 얼굴과 주민등록증을 함께 촬영한 사진을 받는 등 철저하고 조직적으로 방을 운영했다. 절대 실수로 들어갈 수 없는 조건하에 최소 수만 명, 최대 26만 명의 이용자가 여성과 미성년자의 성 착취에 가담한 것이다.

*일탈계: 일탈계정을 일컫는 단어로, SNS에 자신의 노출 사진을 올리는 등 성적 욕망을 표출하는 계정을 의미함.

 

사건은 작년 11월부터 소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추적단 불꽃의 잠입 취재와 주요 언론의 기사가 보도됨에 따라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국민청원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는 약 1주일 만에 260만 명의 동의를 얻었고,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는 약 19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24일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민청원 5건의 답변으로 디지털 성범죄 특별 수사본부설치·운영 외국 수사기관·글로벌 IT 기업과의 국제 공조 범죄 수익 몰수 생산자·유포자·가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디지털 성범죄를 다루는 현실

 

지난 2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10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을 바탕으로 국회는 지난 6일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 청원 내용과 달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기존에 발의된 딥페이크 처벌 강화관련 법만 통과시켰다. 이에 많은 여성 단체들이 국민청원이 졸속 처리됐다 강력히 비판했다.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은 예견된 범죄이다. 소라넷, 다크웹, 버닝썬 게이트 등 성 착취 범죄들은 제대로 된 수사나 처벌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되었다. 실제로 2017년 아동 성 착취 영상을 유통한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는 고작 1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버닝썬 사태 역시 강력한 수사를 약속했으나, 수사 과정과 처벌은 부실했다.

 

온갖 감형 사유를 붙인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성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심어준다.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증명한다. 수십만 명의 가해자를 양산할 때까지 잠잠했던, 청원으로 비로소 수사가 시작된 이러한 성범죄 사건은 기필코 이번이 마지막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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