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미투, 가해자들은 웃고 있었다.
학폭 미투, 가해자들은 웃고 있었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21.03.06 0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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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를 필두로, 운동선수에 이어 연예인들까지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폭로가 연이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 방영을 앞두고 있던 디어 엠의 주연 배우인 박혜수와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출연해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오른 김동휘, 아이돌 (여자)아이들의 멤버 수진은 폭로 내용의 수위가 높은 것은 물론, 피해자들의 명확한 증언까지 더해져 대중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이렇게 충분히 신빙성 있는 학교폭력 정황들에도 연예인들의 소속사는 하나같이 사실무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라는 입장문만 내놓았다. 가해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해 아무렇지 않게 활동하는 것도 대중들은 분노하고 있다. 심지어 소속사 측의 대응이 학교폭력 전과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피해자 입막음에 급급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거나, 2차 가해를 묵인하는 모습이 대중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학교폭력은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것과 학교에서 바람직한 자아 형성기를 가져야 할 시기에 잊지 못할 상처를 갖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가해자들 또한 미성년자이기에 형사 처벌이 어렵다. 그렇기에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렵거나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 쉽사리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못한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부각되자 2012년 각 학교 내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줄여서 학교폭력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설치하는 제도가 수립됐다. 하지만 학폭위는 생각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가해자가 우등생일 경우 학교 측에서 학생의 장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최대한 일을 키우지 않고 해결하려는 사례도 있었고, 학폭위가 내리는 징계 수위 자체가 무겁지 않아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벌을 받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학교의 이런 안일한 대처에 청소년들이 학폭위에 신고하는 것보다 수사기관을 찾는 횟수가 늘고 있다. 20201019일 경찰청에서 발간한 경찰백서에 따르면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2015년부터 매년 200건 이상 증가하고 있다.

 

결국 20203월 학폭위는 실효성을 문제로 폐지되었고, 대신 각 교육지원청 단위로 만들어진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심의위원회는 자치위원회가 학부모와 교사로 구분되어 있어 전문성 및 공정성과 피해 학생의 보호 소홀, 부적절한 절차 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존재한다. 지난 26일 학교폭력에 관한 청원 하나가 청원 게시판에 올라왔다. 학교폭력 기록 삭제의 권한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주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현행법상에는 가해자가 징계를 받은 기록이 생활기록부에 남게 되더라도 졸업 전 가해자가 요청을 하면 삭제할 수 있다. 가해자들이 사회에 나와서 아무렇지 않게 사회생활을 하고 공인의 자리를 꿰차는 대담한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학폭 미투는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의 피해에 비해 얼마나 턱없이 부족한 처벌을 받았는지, 또 받고 있는지, 그 실태를 낱낱이 보여주는 사건이다. 앞으로 피해자는 울고 가해자가 웃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처벌 수위를 비롯하여 가해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문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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