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컬처] 기회 불평등이 쏘아 올린 공... '만약 내가 진짜라면'
[본인컬처] 기회 불평등이 쏘아 올린 공... '만약 내가 진짜라면'
  • 정은서 기자
  • 승인 2021.08.29 2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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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1970년대 중국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블랙코미디 희곡 <만약 내가 진짜라면>은 21세기 한국 사회와 너무나 닮아 있다.

 

작품은 문화대혁명 시기 농촌개발을 위해 일정 교육 이상을 받은 지식청년들이 농촌으로 가야만 했던 상산하향 정책*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농촌에서 생활하던 지식청년들은 혁명이 끝나자 도시로 돌아가기를 희망하지만, 20세기 당시의 중국에도 흙수저와 금수저는 존재했다.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지식청년 리샤오장은 상류층의 특권과 편법에 밀려 도시로 돌아가는 순번에서 매번 밀리고 만다. 이야기는 리샤오장이 우연히 연극을 보러 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연극 표를 구하지 못한 리샤오장은 자신과 달리 표가 없이도 자유롭게 극장에 들어가는 특권층을 보며 분노하고, 자신을 고위간부의 자제라고 사칭한다. 그는 자신의 가짜 신분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절대권력으로 인식한다.

*상산하향 정책: 195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의 주석 마오쩌둥이 도시의 지식청년들을 농촌으로 대거 보내 농민들로부터 재교육을 받게 한 캠페인

 

자본주의 사회뿐 아니라, 평등을 부르짖는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피할 수 없는 문제였던 것일까. 작가 사예신은 작품의 모티브가 된 인물을 설득하는 노력 끝에 이 작품을 세상에 등장시키며, 사회의 부패를 꼬집고자 했다.

 

사회의 힘의 저울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는 리샤오장의 사기극을 하얀 거짓말로 여기며, 오히려 그를 응원해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평등을 주창하는 공산주의 사회 역시 사람이 사는 사회인지라 힘에 따라 내가 서는 위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과연 자본주의 사회만의 문제일까? 이 작품의 배경이 된 사기 사건은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도 발생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캐치미이프유캔>의 주인공 프랭크는 리샤오장과 매우 유사한 사기 행위로 미국 사회를 들썩이게 했다. 그는 위조수표는 물론 직업까지 사칭하며 FBI를 수차례 따돌린 엄청난 사기꾼이었다. 리샤오장과 프랭크, 두 인물이 추구했던 권력과 돈은 모두 특권, 금수저, 상류층이라는 단어와 잘 호응한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턴가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자조적인 표현의 신조어가 생겨났다. 뿐만 아니라 ‘네 아버지 뭐하시노’라는 말이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통용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단면을 표현한 두 작품은 한국에서도 많은 호응을 얻었다. 중국의 희곡 <만약 내가 진짜라면>은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으며, <캐치미이프유캔>은 영화로 개봉되어 평점 9점대를 기록하였다. 두 작품의 배경은 지금보다 훨씬 이전의 세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평등과 불합리함으로 점철되는 이야기들은 마치 현대 한국 사회의 자화상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에 담겨 있는 가치는 그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빛이 나는 것이다. 앞의 두 작품과 같이 사회 교훈적 의미를 지닌 작품들 속에서 우리 대중들은 가치를 찾고 그것을 현실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에 실천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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