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속에 방치된 수요자
자율 속에 방치된 수요자
  • 채치영 기자
  • 승인 2011.09.21 17:36
  • 호수 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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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의 학부 교육 선도대학 지원 사업(이하 ACE 사업)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모토로 달려가고 있다. ACE 사업 최종 계획서에는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들을 위한 사업들로 가득하다. 자기 주도형 학습 커뮤니티(이하 학습 커뮤니티), 프로젝트 기반 교수-학생 멘토링(이하 멘토링) 등 비교과 교육과정 선진화 사업부터 ‘이 사업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인가?’라는 의문점을 먼저 일으키는 학제개편, 융·복합 사업 등 다방면으로 수요자의, 수요자를 위한, 수요자에 의한 사업들이 본교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정말 수요자들의 만족을 사고있는지는 의문이다. 어느 언어권 학생도 배제되지 않고 ‘자유롭게’ 글로벌 라운지를 활용하면서 문화 교류의 장을 형성해야 할 공간인 제2 글로벌 라운지는 여전히 카페 씨유의 확장판으로 인식되고 있다. 덕분에 카페 씨유는 학기 내내 호황이다.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그 곳에 앉아 얘기를 나눌려 하면 목청은 확성기가 되곤 한다. 열에 아홉은 커피를 먹다가 다리가 아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라운지를 본래 목적인 ‘문화 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찾아간 학생들은 도리어 빈 강의실이나 외부 카페를 전전해야 할 판이다.
‘자발적으로 학습주제를 선정하고 팀을 조직하여 학습 수행하는 프로그램’인 학습 커뮤니티와 멘토링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학습 커뮤니티·멘토링이라는 라운지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정부의 돈을 타내기 위해 우선 많은 학생들을 모집해야 한다. 그러나 학생이 너무 많다보니 학교에서 일일이 신경써주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학습 활동 중에 수요자의 의견은 뒷전이다. 본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생전 처음해보는 영수증 작성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얼굴 한 번 보기 어려운 교수님의 자문을 얻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다. 1년이라는 장기간 동안 연구를 진행해야하니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휴학자는 속출하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수요자는 방치되고 있다.
학습 커뮤니티와 멘토링은 끝나면 끝이다. 1년 동안 과제와 개인적인 일을 포기하면서까지 열심히 한 활동 평가는 보고서 한 장에 좌우된다. 당선이 되어도 그걸로 끝이다. 실제로 1차년도 학습커뮤니티 수상자는 “상을 받고 그냥 끝나버려 허무하다. 결과물이 어딘가에 활용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이러한 당선작의 존재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학습 커뮤니티와 멘토링이 진정 수요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정립되기 위해서는 학습 도중 ‘중간 점검 제도’의 도입이 요구된다. 중간 점검을 한다고 해서 잘 안 되고 있는 팀을 배제시키자는 것은 아니다. 잘 안 되고 있는 팀의 이유는 무엇이고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학교가 함께 고민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학습 커뮤니티·멘토링 우수 당선작에 대한 사업도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젊음을 받쳐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면, 학교는 그것을 발굴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수요자’를 위한 교육 환경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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