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어린이었던 적이 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었던 적이 있다.
  • 윤채현 기자
  • 승인 2021.09.08 1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당과 카페 등에서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단어를 마주칠 때가 있다. 노키즈존은 말 그대로 영유아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성인 손님에 대한 배려와 영유아 및 어린이의 안전사고 방지를 취지로 만들어졌다. 2011년, 뜨거운 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힌 10세 어린이 손님이 화상을 입었다. 이에 부산지방법원은 식당 주인과 종업원에게 4,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노키즈존의 확산에 불을 지폈다. 이후 영화 <겨울왕국2>의 흥행으로 다시 한 번 노키즈존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해당 영화 상영 내내 아이들이 울어 집중을 못 했다는 불만이 인터넷에서 다수를 이뤘다. 노키즈존에 대한 이슈가 많아지는 만큼 노키즈존을 둘러싼 많은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오가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찬성 측은 노키즈존이 인권침해라는 점에 문제를 제기하며, 인종이나 성별 등을 특정지어 '노○○존'을 만드는 것은 차별행위라고 주장한다. 불판을 다루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카페에서까지 출입을 제한하는 것은 아동들은 밖에 있는 것 자체가 위험요소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편 반대 측은 노키즈존은 영업의 자유라고 주장한다. 영업공간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배상의 책임은 업주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영업방침을 규제하는 것은 과도하게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따라서 노키즈존은 재산피해를 최소화시키고 다른 손님들의 편리함을 위해 선택한 결과라는 의견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2014년 9월, 엄마들이 회원인 육아 카페 ‘맘스홀릭베이비’에서 회원 3,525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 찬반 관련 설문을 실시한 결과 찬성이 72.7%로 압도적이었다. 또한 2015년 9월, JTBC ‘뉴스룸’에서 길거리 시민들을 대상으로 노키즈존 찬반 의견을 물은 결과도 찬성이 63%로 우세했다.

 

노키즈존은 다른 나라에서도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경우, 어린이가 펍(PUB)에 출입하는 것을 둘러싸고 논쟁이 지속되었다. 영국은 1995년 부모가 아이를 동반할 경우 아이도 펍에 출입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소란스럽고 우는 아이들 때문에 분위기를 즐길 수 없다”며 “펍은 어른들의 전유물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영국과 다르게 미국은 노키즈존을 반대하는 분위기이다. 미국에서는 노키즈존을 도입하는 레스토랑이 증가하자, 민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민권법은 인종이나 종교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노키즈존 또한 민권법과 충돌한다는 것이다.

 

2017년 대한민국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노키즈존을 반대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아동 전체를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며, 자제해야 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공지하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따라 노키즈존을 운영하던 제주도의 레스토랑 사업주에게, 영업에서 아동을 배제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에서는 헌법 제11조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동등하다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조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권고사항의 근거로 들었다. 노키즈존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제15조 영업 자유 보장에 따라 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인정했다.

 

최근에는 ‘노키즈존’이 아니라 ‘노 배드 페어런츠 존’이 생겨야 한다는 의견들도 제안되고 있다. 아이가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찬반 입장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모와 업주 모두 노력해야 한다. 공공장소 이용과 예절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유치원에서 공공장소 예절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