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과 이민영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언론중재법
법학과 이민영 교수님과 이야기하는 언론중재법
  • 윤채현 기자
  • 승인 2021.10.12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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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일, 국회에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언론중재법)'을 둘러싸고 개정안 처리 회의가 진행됐으나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못했다. 여당과 야당은 언론중재법의 제17조의 2조항과 제30조의 2조항이 쟁점이 되어 합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허위ㆍ조작보도에 대한 특칙은 이중처벌이 아니냐는 점에서 문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쟁점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법학적 관점으로 깊이 알아보고자 법학과 이민영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Q1. 제30조의2(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특칙) 조항에 대해 명예훼손과 모욕죄의 형법이미 존재하는데, 언론중재법에서 이를 다시 다루는 것은 과잉처벌과 이중규제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찬성 측에서는 가짜뉴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실재한다는 점에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반대의견의 과잉처벌이라는 언급은 우리나라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 제도가 갖는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주장입니다. ‘징벌적’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손해배상 금액이 상향조정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형벌의 기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는 까닭에서 그렇습니다. 이중규제라는 주장에 대해선 그 구성요건을 비교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법에서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고 특히 명예훼손에 대하여 처벌조항이 존재하지만, 입법목적에 비추어 중복규제로서의 의미에 국한되는 것인지 아니면 제재의 의의가 있는 규율인지 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은 제1조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공적 책임의 조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언론의 사회적 책임은 언론이 갖는 내재적 한계와 실질적 기능이 교차하는 의무인데, 허위‧조작정보를 귀책 사유가 있게 다루는 것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반하는 것입니다. 찬성입장의 도입 필요성과 관련하여 우려의 목소리만큼이나 현실적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사안이 정치적 목적의 상황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Q2. 명백한 고의와 정신적 고통이라는 조항이 모호성을 담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른바 가짜뉴스라는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가 있습니다. 사후적으로 배상책임을 묻는 것인데, 기준의 모호성이 극복되지 않으면 언론의 자유에 대한 위축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규 요건으로서 허위‧조작정보가 무엇인지도 불분명한데, 개정안 제30조의2는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여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은 객관적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법원이 언론보도 등의 귀책사유를 추정하도록 규정한 같은 조 제2항의 경우 언론사 등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음을 항변하여 추정력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언론이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는 언론중재법 제30조 제2항에서 “법원은 제1항에 따른 손해가 발생한 사실은 인정되나 손해액의 구체적인 금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변론의 취지 및 증거조사의 결과를 고려하여 그에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손해액을 산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 것에 대한 예외를 법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은 개정안 제30조의2는 제3항 및 제4항에서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거나 공익을 위한 언론보도 등에 대하여는 적용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명예훼손 위법성 조각 사유의 하나인 공공성을 인정하고 있음은 이중규제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요소라고 봅니다. 허위‧조작정보의 피해자가 사회적 책무에 따라 언론 등이 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여 정당한 구제를 받도록 하는 취지는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3. 제17조의2(열람차단청구권) 조항이 사적 영역과 인격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교수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법적 관점에서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뉴스가 잘못된 사실을 전달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 있는 법적, 제도적 방법은 없을까요?

인격권 침해에 대하여 언론중재법은 제5조 제1항에 그 의의를 밝히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은 제70조에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신문의 경우 언론에 해당하면서 정보통신 서비스라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정보통신망법 영역에 포함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언론 중재법에서 명예훼손 관련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열람차단청구권 인정의 실효성 재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견해로 이어진다 하겠습니다.

 

균형 있는 방법으로는 자율규제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열람차단에 관한 개괄적 규정만 법적 근거로 하고 현재 논의 중인 자율규제독립기구를 통하여 판단할 수 있게 하여 보도 또는 기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개정안의 경우 언론보도가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것으로서 여론형성 등에 기여한 경우는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판단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가려질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임시조치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데, 독자적으로 언론보도 등에 적용되는 새로운 조항이 차별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하여는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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