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으로 인해 희생되는 투구게
코로나 백신으로 인해 희생되는 투구게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1.10.31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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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2년 가까이 되었다. 지난 84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2억 명을 넘었고, 1014일 사망자 또한 450만 명을 돌파하였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인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백신이다. 작년 12월 영국에서 화이자의 BNT162 백신이 최초로 접종된 것을 시작으로 1014일 기준 세계에서 35.9%, 한국에서는 61.6%가 접종을 완료하였다. 현재도 가능한 백신을 많이 확보하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도록 각 국가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코로나로부터 인간의 생명을 구할 백신 제조를 통해 다른 생명체가 희생되고 있다. 바로 백신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투구게이다. 투구게는 48000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살아왔다고 알려진 해양생물이다. 투구게를 포함한 모든 절지동물은 항체가 없기 때문에 단순한 면역 체계를 지닌다. 투구게의 경우 세균 등의 해로운 물질이 들어오면 피 자체가 응고되어 독성의 확산을 막는다.

 

이러한 투구게의 독특한 혈액 내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약품 내의 생물학적 내독소(Endotoxin) 실험이 가능하다. 투구게의 혈액 내의 LAL(Limulus Amebocyte Lysate)라는 단백질에 병원성 유해물질이, 특히 그람 음성 세균에 노출되었을 경우 응고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LAL을 사용한 방식은 매우 정밀하고, 결과 또한 45분 내로 나오는 등 매우 신속하기에 약품 개발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1950년대 미국의 우즈홀 해양과학 연구소의 의학자인 프레데릭 뱅(Frederick B. Bang)이 투구게의 광범위한 혈액 응고 반응이 파종성 혈관 내 응고 증후군(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과 유사한 것을 발견하며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파종성 혈관 내 응고 증후군: 병원균이 혈관으로 들어가면서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으로 인해 일어나는 증상으로 혈액 응고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발생한 혈전이 혈관을 막아 괴사가 일어난다. 또한, 지나친 혈관 응고 작용으로 인해 응고에 필요한 물질들이 부족해지며 혈액응고 장애도 같이 발생한다. 특히,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출산이나 낙태 시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LAL의 구조가 너무 정교하여 현재까지 인간이 화학적으로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번식기에 뭍으로 올라온 투구게를 포획하여 30% 가량의 혈액을 채취한 후에 방류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10~15%의 투구게가 사망하며, 방류한 투구게의 30% 또한 곧 사망한다고 한다. 심지어 번식기에 올라온 개체를 포획한 것이기에 해당 시기에 번식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투구게의 개체 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복수의 연구에 따르면 델라웨어만에 서식하는 투구게는 1990년대 124만 마리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불과 335000마리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테나크레디 소장은 롱아일랜드 해변의 투구게 수도 줄어들고 있으며, 연구소가 관찰한 해변 115곳 중 75곳에서 투구게 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투구게가 멸종한다면, 이전에 사용하던 토끼와 설치류를 통한 생물학적 내독소 실험을 다시 사용하는 등 의약품 생산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인류는 투구게 이외에도 붉은털원숭이, 패럿, 쥐 등을 비롯한 많은 동물을 의학 발전의 명목으로 희생하고 있다. 물론 이는 불가피한 일이지만,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LAL 내에서 병원체를 감지하는 Factor C의 복제 방식에 대한 특허가 제출된 바 있다. 또한 2016년에 유럽약전(Euopean Pharmacopoeia)에서도 LAL을 이용한 내독소 실험의 대안으로 합성한 Factor C, rFC의 사용이 기재된 바 있다. 2018년에는 투구게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소개하였다심지어 2021년 1월부터 rFC 방법을 이용한 내독소 실험이 유럽약전의 공식 시험법으로 등재되었다. 유럽약전 외에도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대체 시험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며 공식 방법으로 등록되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인 상황이다.

 

우리는 많은 생명의 희생 속에서 살아간다. 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지만, 희생을 당연히 여기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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