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컬처] 한 권의 미술관,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본인컬처] 한 권의 미술관,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 이서림 기자
  • 승인 2021.11.0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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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미술관 한가운데에 도착해 있다.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는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한국 문학 시리즈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서른다섯 번째 시집으로 출간됐다. 첫 시집 ‘캣콜링’으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큰 화제를 받았던 이소호 시인은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에서도 그만의 파격적인 세계를 보여줬다.

 

시로 그리는 미술관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시의 형식은 어떨까. 아마 운율에 맞춰 행들이 쌓인 단정한 모양새일 것이다.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존의 시를 넘어섰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시인의 두 번째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 ‘뉴 뮤지엄’에 입장하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형식조차 벗어던진 글자들이 모여 그림 같은 시가 된다.

 

책 속의 시는 찢어져있고, 옅게 써지다 점점 짙어지고,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겹쳐있는 등 매 순간 새로운 도전을 하며 표현한다.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는 글자들을 읽으면 독자들은 시가 한 편의 글인지 한 폭의 그림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 책은 문학이 가진 표현의 문턱을 뛰어넘어 문학도 하나의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이소호 유니버스’의 확장

책이 형식적인 면에서만 파격적인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작품들을 통해 ‘이소호 유니버스’를 만들겠다는 시인의 포부는 이번 시집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시인은 전작들을 통해 사회가 여성에게 행하는 폭력적인 상황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갔다. 이번 ‘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도 여성들이 겪는 폭력적인 상황을 조명하며 기존의 글들이 주었던 파괴성을 뛰어넘었다.

 

책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말한다. 시인은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자신의 삶처럼 전시한다. 과장처럼 보일 수 있는 현실의 이야기들은 시인을 거치며 솔직한 고백이 된다. 수많은 폭력적인 순간에 점철된 시인의 삶을 통해 시인은 비로소 ‘이소호 유니버스’를 완성한다.

 

책 속의 미술관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전시한다. 서로의 감정만을 앞세우며 싸우는 사람들을 잦게 볼 수 있는 요즘, 시집은 진정 피해 입은 이들의 삶을 보여준다. 문학작품의 의미를 해석하듯이 이제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겉모습만을 보지 않고 진실을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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