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신 기증에 관해 묻다, 김우진 신부님 인터뷰
[인터뷰] 시신 기증에 관해 묻다, 김우진 신부님 인터뷰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1.12.22 16: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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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전례력 상 11월은 위령성월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이다. 따라서 가톨릭 신자들은 세상을 떠난 친지들이나 가족들의 영혼은 물론 모든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가톨릭교회는 특별히 이 시기에 죽은 자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권유한다. 시기적으로 연말이 다가오기 때문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위령성월을 맞아, 성의교정 교목실장으로서 지난 10년간 시신 기증에 관해 상담하는 김우진 바오로 신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지난 10년간 시신 기증에 관해 상담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신 기증과 그 절차에 대한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가톨릭대학교로 기증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종교적인 의미로 시신을 기증하십니다. 생전에 본인이 시신 기증을 하겠다고 등록을 하면 의과대학 총무팀에서 시신 기증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합니다. 사망 후에 전에 시신을 기증하고자 약속했던 유가족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겠다며 가족들의 승낙 하에 시신 기증이 이루어집니다. 시신 기증을 하게 되면 길면 1년 반, 짧게는 몇 개월 정도 학생 해부 실습용, 외과 술기 센터 의료진 교육용, 학술 세미나 등 여러 용도로 해부학 실습실에서 실습을 진행하게 됩니다. 매년 270분 정도의 시신 기증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40,000분 정도가 시신 기증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이는 가톨릭대학교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체 의과대학의 시신 기증자 수를 다 합친 것과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신 기증은 고인이 전염성이 없는 질병이나 암, 그리고 자연사일 때 기증등록이 이루어집니다. 또한, 등록자가 사망했을 때 유가족들이 사망 사실을 통보하여야만 기증등록이 이루어집니다. 사망진단서 혹은 사체검안서를 발급받아야만, 대학에서 인수할 수 있습니다. 시신 기증은 강제성이 없으며 자발적인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이미 등록했어도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성의교정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이제까지 시신 기증 상담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신가요?

먼저 요한이라는 분이 기억납니다. 4살 때부터 평생 백혈병을 앓으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30년 가까이 살아오신 분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시신 기증에 대해 알게 되어 스스로 자기 삶의 의미를 선물하고자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가 상담하게 되었는데, 신부로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시신 기증을 하라고, 하지 말라고도 할 수 없어 가만히 앉아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돌아가신 후에 유가족분들로부터 시신 기증 의사를 전달받았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요한은 시신 기증을 함으로써, 아프기만 하고 힘들기만 했던 내 삶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감히 상상할 수는 없지만, 요한의 부모님께서도 굉장히 마음이 아프셨을 일입니다.
 
대부분 시신 기증하시는 분들은 고령자분들께서 돌아가시면서 기증하시기 때문에 대개 노환, 노인성 질환 등으로 임종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분들이 갑작스러운 병에 걸리는 등의 이유로 기증하실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한편으로 대견하면서 삶과 죽음의 순간에서 신앙의 대단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가능한 실습 전 미사 때마다 이 이야기를 전하며, 이런 분들이 삶을 마무리하고 육신이 누워계시는 것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Q. 시신 기증이라는 큰 사랑을 실천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큰 근심과 고난을 만나셨을 유가족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위령의 날에 유가족들을 뵐 때마다 죄송함과 감사함이 교차합니다. 비록 교리상으로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체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내세와 현세를 두고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돌아가시면 현실적으로 만날 방법도 없고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신 기증은 고인이 생전에 남긴 의사가 먼저 존재하고 이를 유가족들이 선택해서 수용합니다. , 시신 기증은 죽은 자와 산 자가 동시에 결정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시신 기증 이후 허무함이 유가족들에게 찾아옴에도 불구하고, 시신 기증이 꾸준히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죽음 이후에 무엇인가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시신 기증은 산 자와 죽은 자가 하느님께 함께 봉헌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처럼 엄청난 일을 하셨다는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유가족분들께 드리고 싶습니다. 교인들은 신앙 안에서 순교자, 성인, 성녀를 칭송하지만, 순교자와 그 가족분들의 삶 속에서 어려운 일이 많았습니다. 시신 기증을 하신 유가족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신 기증이라는 큰 봉헌을 한 이후에 슬픔의 시기를 넘어서면 더 큰 행복과 보람과 은총이 있을 것입니다. 마치, 십자가 이후에 부활이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죠.

 

Q. 이번에 해부학 실습을 하면서, 기증된 시신을 마주했던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대부분 고인과 유가족분들 모두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함께 미사하고 기도하는 것에서 평안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특히, 미사 때 의과대학 학생들이 실습에 임하는 자세와 학생들의 감사 인사를 전할 때 더 큰 보람과 행복을 느끼신다고 합니다. 또한, 이에 대해 유가족분들이 고맙다고 하시며, 학생들을 위해 기도하시기도 합니다. 서로 누군지 알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불특정함 속에서도 감사하는 것이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위령의 날에 용인 참사랑 묘역에서 위령미사를 드릴 때, 학생들이 제대 오른편에서 무연고 기증자들을 위해 경건한 모습으로 미사를 드리는 것을 보며 유가족 분들께서는 시신 기증하기를 잘했고, 학생들이 좋은 의사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그분들의 기증 덕분에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으며,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고마워하고 기대하십니다.
 
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해부학 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기증자분들이 있어야만 합니다. 해부학 실습을 하는 것은 이처럼 기증자와 그 유가족 분들의 희생이 있기에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연히 하는 것이라 여기기보다, 감사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해부학은 의학이기도 하지만, 의사와 의대생에게만 유보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의사의 소양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께서 계시던 때에는 의학이 발달하기 전이라 의업과 종교가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예수님의 인격은 사제로서의 모습과 의사로서의 모습이 모두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사들에게도 분명히 성직자에게 요구되는 덕목들과 자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나 의학을 바라볼 때, 삶의 자세에서 예수님의 인격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의 치유를 실현하는 현대의 인격체로서, 때로는 성직자의 덕목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환자와 함께할 때 언제나 경건하고 거룩한 마음으로 임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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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재학생 2021-12-27 17:05:24
기증자 분들과 유가족 분들의 숭고한 뜻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마음을 울리는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