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컬처] 왜 우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열광하는가
[본인컬처] 왜 우리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열광하는가
  • 윤채현 기자
  • 승인 2022.03.07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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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이 기사는 ‘지금 우리 학교는’과 ‘해피니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작년, ‘스위트홈’의 흥행에 이어 다양한 재난 장르 콘텐츠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피니스’와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tic fiction)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종말물로서, 대규모 전쟁이나 재해, 전염병 등의 사유로 문명과 인류가 멸망하는 모습을 그리는 장르다. 21세기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유행과 사회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두 작품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 발생의 시발점이 된 효산고등학교에 고립된 학생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품은 효산고등학교에서 햄스터에게 물린 학생이 과학실에서 탈출하고, 학교의 학생들에게 감염시키며 시작된다. 바이러스는 교내를 넘어 효산시 전체로 퍼지게 되고 학생들은 감염되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해피니스’는 코로나가 끝난 근미래를 배경으로, 신종 감염병인 광인증으로 대도시 아파트가 봉쇄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 아파트에 임대로 이사 온 두 주인공은 다양한 아파트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두 주인공은 임대와 일반 주택 주민에 대한 차별과 광인증이 확산된 아파트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지금 우리 학교는’과 ‘해피니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속한다. 이 두 드라마는 감염병을 소재로 삼아, 탈인간적인 존재를 향한 폭력을 내비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시청자가 작품 속 약육강식의 전쟁터를 바라보며 심리적으로 기형적인 안도감을 느끼도록 만든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청자는 주인공의 감정을 이입해 그들을 응원하면서, 그들의 생존과 대비되는 탈인간의 죽음에는 점차 무신경해진다. 결국, 사물화된 약자를 향한 가학을 다룬 서사는 재미로 전환되고 만다.

 

한편,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는 ‘운하임리히(Unheimlich)’라는 심리적 특성을 통하여 사회를 보여주기도 한다. 운하임리히는 친밀한 대상으로부터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느끼는 심리적 공포를 의미한다. 쉬자오이와 최원호의 ‘좀비 영화의 상징성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윤리성은 좀비와의 대면을 통해 드러난다. 즉,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작품들은 좀비와의 대면으로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이를 통해 시청자가 인간성에 대해 사유하도록 만든다. 또한, 작품 속 감염된 인간들은 보통의 인간들과는 소통할 수 없는 집단이다. 이런 침묵의 집단을 중요한 역할로 내세우는 것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언권을 빼앗긴 일반 대중에 대한 은유로, 이러한 집단이 소외당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때로는 인생의 가치에 대해 질문하기도 한다. ‘해피니스’는 기존에 의미를 두었던 가치들이 생존을 위협받을 때도 유지될 수 있는지,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질문한다.

 

김선영 TV평론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근본적 의의는 기존 세계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데 있다. 불합리한 사회시스템이 붕괴된 세상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전환점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대중들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에 열광하는 이유는 현 사회보다 더 나은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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