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의 해방
[르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의 해방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2.03.12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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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공식 인스타그램
출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공식 인스타그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작년 처음으로 ‘KSO국제지휘콩쿠르’를 개최하며 젊은 지휘자를 발굴했다. 초대 우승자는 미국의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27)이 차지했다. 그리고 그는 2월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았다. 이날 공연은 ▲1부 임영진의 ‘상한 갈대, 꺼져가는 등불’과 하이든 첼로 협주곡 제1번(J. Haydn, Cello Concerto No. 1 in C Major, Hob. VIIb: 1) ▲2부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J. Sibelius, Symphony No. 2 in D Major Op. 43)으로 구성되었다.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의 ‘해방’이라는 공연 제목에 맞춰 전통적 형식을 파괴한 두 작곡가의 곡들로 공연을 준비했다.

 

2021년 코리안심포니의 ‘작곡가 아틀리에’ 참여 작곡가인 임영진의 ‘상한 갈대, 꺼져가는 등불’의 세계 초연으로 이날 공연이 시작되었다. 누구나 삶에서 마주하는 위태로운 순간을 다루는 곡으로, 작곡가의 전위성과 상상력이 돋보였다. 폭발적인 합주 이후 고요해지는 순간이 특히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에 잠기게 했다. 연주 이후 작곡가 임영진이 무대 위에 올라와 찾아온 관객과 훌륭한 해석을 보여준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또 다른 1부 곡인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에서는 첼리스트 김두민과 함께했다. 이 곡은 요제프 하이든이 1763년에서 1765년경에 작곡한 첼로 협주곡으로, 그의 친구인 요제프 바이글을 위해 작곡되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1961년 악보의 필사본이 발견되기 전까지 200여 년간 분실된 것으로 여겨졌다. 이에 일부는 작품의 정통성과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하이든의 곡임에 동의한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은 총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악장은 경쾌한 총주로 시작되어 합주와 독주가 되풀이되는 바로크 형식의 영향이 돋보인다. 하지만, 상쾌하면서 당당한 선율이 하이든의 작품임을 드러낸다. 2악장은 현악 합주로 2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독주 첼로의 서정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악장이다. 마지막 3악장은 바로크 음악적 색채가 강한 합주 소나타 형식으로 전개된다. 첼로 독주자의 테크닉이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해야 하는 곡이다. 하지만 이날 협연자인 김두민은 전반적으로 음정이 맞지 않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앙코르에는 첼리스트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을 선보였다.

 

2부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이다. 시벨리우스가 1902년 작곡하여 본인의 지휘로 초연한 이 곡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전의 차이콥스키나 러시아 국민악파의 영향이 남아있던 모습 대신에 선대의 영향에서 벗어난 시벨리우스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곡이다. 고전적인 형식을 지켰지만, 그 속에 핀란드 전원의 색채와 민요조의 리듬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핀란드의 ‘전원 교향곡’이라고도 불린다. 당시 강대국 사이에 끼였던 핀란드의 절망적인 상황과 민족의 의지가 돋보이는 곡이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연상케 했다.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의 섬세한 지휘가 특히 2부에서 돋보였다. 1악장은 단순한 음계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서주에 이어 클라리넷과 오보에가 경쾌하면서도 소박한 주요 주제를 제시했다. 그리고 주선율을 중심으로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지며 환상곡풍으로 전개됐다. 2악장은 경쾌했던 1악장과 달리 비극적이고 어두운 악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팀파니와 콘트라베이스, 첼로로 시작된 2악장은 단조와 장조 주제의 반복이 죽음과 비애를 연상시키며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3악장과 4악장은 중간에 멈추지 않고 곧바로 연주된다. 3악장은 질주하는 스케르초와 목가적인 트리오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4악장은 두 개의 주제선율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 주제는 힘차게 연주되며 가슴을 벅차게 하였다. 반면 두 번째 주제는 핀란드 민요풍의 선율로 비극적이지만 그 절정에서 오보에, 트럼펫, 트롬본의 희망찬 미래를 나타내는 연주가 돋보였다.

 

1부에서의 아쉬움을 날려버리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연주, 특히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의 섬세한 해석과 트럼펫이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젊은 지휘자가 맡은 공연이라 악단을 잘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브라운 본인의 노력으로 씻어냈다.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지휘 콩쿠르를 통해 이러한 인재를 발견해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이처럼 젊은 새싹을 발굴하고, 빛을 보지 못했던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행사가 많아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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