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파이어족’
  • 윤채현 기자
  • 승인 2022.03.18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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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때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며 소비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욜로(YOLO)*’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파이어(FIRE)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이어족은 경제적 자유(Financial Independence)와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약자로, 40대 초반 전 조기 은퇴를 목표로 자금을 마련하는 집단을 말한다. 이들은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파이어 운동’을 통해 40대 이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자 한다.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인생은 오직 한번뿐"이라는 의미.

 

2021년 3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20~30대 성인남녀 1,1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자 중 과반수가 ‘파이어족이 될 생각이 있는가’라는 문항에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설문 조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많은 이들이 파이어족을 꿈꾼다.

 

파이어족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저축하는 집단을 말한다. 이들은 수입보다 적게 쓰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삼아, 외식이나 의복 구매, 음주 활동 등을 포기하며 생활비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다수의 파이어족은 절약과 함께 부업을 하고 있다. 본업 외,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광고 수입을 얻거나 사업 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의 다수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직업을 갖거나 절약을 하는 것만으로는 조기 은퇴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 주식 투자도 선호되고 있다. NH 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의 ‘K-파이어족, 조기 은퇴 가능할까?’ 보고서에 따르면, 파이어족의 92.8%가 주식투자를 가장 선호하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지식을 갖고 투자 역량을 갖춘 MZ세대는 직장 상사 밑에서 힘들게 일하기 보다는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벌어 파이어족이 되는 걸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파이어족이 확산되는 이유는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MZ세대는 2008년 금융 위기의 경제적 불황 속 어려움을 목격한 세대이기 때문에, 주로 이 세대에서 파이어족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현대 사회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청년의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한 막막함이 증가했다. 동시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며 거처에 대한 불안감도 심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파이어족에 대한 열망을 가속시켰다.

 

올해 1월 3일, ‘무엇이든 물어보살’ 프로그램에 나온 김민재씨는 “생계에 연연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면 훨씬 더 즐겁고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파이어족이 되길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하고 파이어족을 선언했지만,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힘들 때가 있음을 밝혔다. “파이어족을 선언하고 나니,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퇴사하는 것 자체를 안 좋게 보기도 하고 퇴사할 때 분위기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MC인 연예인 서장훈은 “안타깝지만 인생에는 늘 변수가 있다. 벌어놓은 돈은 제한적인데 수입은 없고 점점 사라지는 돈을 보며 더 불안해질 수 있다”며 파이어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서장훈이 지적한 것처럼, 파이어족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이러한 시각은 파이어족의 불안한 미래를 지적하며, 현재를 누리지 않고 무조건적인 절약과 조기 은퇴만을 꿈꾸는 삶이 진정한 행복인가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경제적, 직업적 불안정성이 심해지는 사회에서 파이어족처럼 살아가는 것이 완전한 해답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파이어족은 현대사회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이들은 우리에게 불안전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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