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해의 부재 그 시작,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르포] 이해의 부재 그 시작,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이서림 기자
  • 승인 2022.03.27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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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는 ‘사랑’을 말하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누구도 자신을 이해하지 않는다며 가족을 떠났던 ‘빌리’였다. 빌리가 없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가족들과 결국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빌리. 이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가족들 사이에서 과연 빌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은 120분 동안 진행되는 작품으로 극에는 부모인 크리스토퍼와 베니, 자식인 다니엘, 루스, 빌리 그리고 빌리의 새로운 친구인 실비아 총 6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가족이란 틀에 묶인 이들의 대화는 부엌, 식탁, 소파 위, 서재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

 

청각 장애를 가진 빌리도 이 논쟁에 빠지지 않는다. 가족들은 빌리 또한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기에 논쟁에서 빠질 수 없다고 말한다. 감정이 격양되며 말의 속도는 빨라지고 이들의 논쟁은 말다툼처럼 보인다. 끊임없이 소리를 내며 말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빌리는 함께하지만 함께하지 못한다.

 

빌리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과 살아왔다.빌리를 청각장애인처럼 키우지 않겠다는 가족들 사이에서 빌리는 수화도 배우지 못한 채 자라왔고 가족들의 소리 속에서 빌리는 서서히 고립되어갔다.

 

빌리는 자신처럼 청각장애를 가진 실비아를 만나며 청각장애 모임을 접하게 되었다. 빌리에게 실비아란 존재는 새로운 만남에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의 청각장애를 인정하고자신의 능력으로 직장을 구한 빌리는 가족들에게 ‘이해’의 부재를 통보하며 집을 나간다. 이로써 실비아는 빌리가 가족들의 품에서 벗어나는 것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하지만 빌리는 결국 ‘사랑’을 이유로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내내 ‘이해’에 대해 부르짖던 극은 결국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 있어야 함을 주장하며 막을 내린다.

 

연극은 끝났지만 가족들이 수도 없이 보여준 편견들은 해소되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이들을 감싸던 편견은 하루아침에 해소되는 것이 아니었다. 가족과 사랑이란 이유만으로 모든 걸 용인하기에는 그들 사이에 많은 것이 남아있다. 

 

모든 것을 묻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빌리는 우리에게 찝찝함과 같은 불편함을 남긴다. 이들에게는 이해를 위한 소통이 필요했고, 논쟁이 아닌 서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화가 필요했다. 눈을 감고 진실을 들여다보지 않는 가족들의 소통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지금의 사회와 많이 닮아 있다. 연극이 주는 불편함, 사회와 닮아 느끼는 이 불편함은이 연극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의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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