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컬처] 마냥 웃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 영화 '돈 룩 업'
[본인컬처] 마냥 웃을 수 없는 블랙 코미디 영화 '돈 룩 업'
  • 진기랑 기자
  • 승인 2022.03.27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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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넷플릭스
출처 넷플릭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의 존재를 발견한 대학원 박사과정 연구생과 교수인 두 천문학자.

임박한 재앙을 전 인류에 경고하려 언론사를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른 데 정신이 팔린 세상은 시큰둥한 반응뿐.

“그래서요?”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정치 풍자 블랙코미디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시놉시스다. 이 영화는 2021년 마지막 주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즈, 티모시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트 블란쳇 등 유명 할라우드 스타들의 대거 출연도 화제에 한몫했다. 또한 미국 정치의 진보 대 보수의 대결보다는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권과 언론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재미있고 날카롭게 풍자했다는 점에서 여러 평론가와 영화잡지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들은 진실을 보지 않는다

6개월 뒤 지구로 날아올 혜성으로 지구가 멸망한다. 천문학 교수인 랜들 민디 박사와 그의 제자 케이트 디비아스키는 이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사명감으로 백악관에 찾아가지만, 수 시간 만에 얼굴을 비춘 대통령은 '이 사실은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들의 말을 신경 쓰지 않는다.

 

대안으로 찾아간 언론마저 인류 멸망과 혜성 충돌을 가벼운 가십처럼 다루며 희화화한다. 우매한 언론으로 인해 대중들마저 지구 종말이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보다는 두 과학자의 얼굴이나 스타성에 더 현혹되고 만다. 끝내 이들이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도리어 "미디어 트레이닝이 덜 됐네요”라는 지적까지 받게 된다. 이들에겐 진지는 죄악이고 재미가 진리이다. 우리는 SNS상에서도 '진지충'이라는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진지함이 필요한 상황에도 '진지충'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본질적 사실보다는 한순간의 오락에 집중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영화 '돈 룩 업'은 극명하고 유쾌하게 보여준다.

 

또 이 영화 속에서는 정치인 위에 사업가가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유명 우주기업의 CEO는 기업체가 개발한 드론으로 혜성을 잘게 쪼개어 '희귀 금속'을 얻고 막대한 부를 취득할 계획을 세운다. 민디 박사는 낮은 성공률을 주장하며 사업가의 계획에 반대하지만, 대통령의 지지에 힘입어 진행된다. 그것도 '국민은 모르게'. 지구 멸망의 위기에서도 기득권층은 인류의 안위보다는 부(富)가 우선인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공인으로서의 사명보다는 중간선거가 더 중요하고, 언론은 공익성은 커녕 시청률과 같은 눈앞의 사익에 대한 욕망만 가득하다. 심지어 자본주의 사업가에게 지구의 위기는  막대한 재산을 축적할 기회로 보인다. 이 영화의 내용은 블랙 코미디의 특성상 조금 과장되었을 뿐 우리 사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국민을 대변하기보다는 상대 진영의 약점만을 물어뜯기 바쁜 정치권, 약자의 이야기보다는 연예 가십에 조명을 비추는 언론, 매년 쏟아지는 정치권과 기업의 뒷거래. 모두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다.

 

정치권, 언론, 기업은 대중없이는 의미가 없는 집단이다. 따라서 이들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상생협력, 사회통합과 같은 진정한 사회적 가치란 무엇인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대중의 태도도 중요하다. 우리는 비판적이고 객관적 태도로 사실을 바라보며, 개인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언론, 기업에 올바른 가치를 더 많이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 공익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사익보다 더 큰 이익을 불러온다면, 이들은 언제든지 움직일 것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개인의 작은 움직임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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