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르바이트생들을 울리나
누가 아르바이트생들을 울리나
  • 홍연주 기자
  • 승인 2022.04.11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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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이후 과도한 업무 부담과 손님의 화풀이에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업무 중 ‘도망가고 싶다’는 감정을 느낄 정도로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환경은 극단에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서비스 분야의 아르바이트생이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정도가 심하다.

 

코로나 이후 배달 서비스 확대와 방역 지침 실행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의 업무가 과중한 상태다. 배달이 성행하기 전, 아르바이트생들은 홀 서비스와 전화 문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달 앱이 활성화되며 그들은 한 번에 감당 불가능할 정도의 일들을 수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배달 주문 건수와 전화 문의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서, 배달 주문 수락, 배달 기사와의 소통, 배달 주문 건 포장, 그리고 배달 리뷰 관리까지, 이 모든 걸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코로나 방역 지침도 신경 써야 하는데, 이는 최저 시급 노동자에게 과중한 업무임이 틀림없다.

 

반면, 최저 시급 인상과 코로나 불황을 이유로 동시간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인원은 줄어들었다.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은 과부화가 걸릴 정도로 많은 일을 혼자 수행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손님과의 마찰로 감정 노동에도 시달리는 일이 이전보다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본보는 대학생 세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여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A학생은 약 4년간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현재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가게와 햄버거 가게에서 근무중이다. B와 C학생은 아이스크림 판매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편의점에서 일하는 중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 이전과 현재 근무 환경에서 가장 다른 점이 배달 업무와 방역이라 말했다. 덧붙여 감정 노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리고 오히려 대면 서비스보다 비대면 서비스가 근무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B학생은 “배달 주문 포장은 굉장히 번거롭다. 그래서 배달일 경우 한 주문 건을 완성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A와 C학생은 B학생의 답변에 공감하며 ‘비대면 상황일수록 손님들이 알바를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익명일 경우 악플을 다는 게 더 쉬워진다는 걸 떠올리면 되겠다’며 손님과의 소통에서도 변화가 있음을 밝혔다.

 

세 명이 근무 중 가장 두려운 것은 배달 주문에서의 실수라고 인터뷰했다. A학생은 “배달 실수가 무서운 이유는 배달 앱 리뷰 때문이다. 지난 번에 수저를 누락했다가 ‘포크는 왜 안 주냐, 손으로 퍼서 X먹으란 거냐, 일을 못할 거면 당장 그만둬라’라는 리뷰가 달렸다. 이 리뷰뿐만 아니라, 실수를 했을 때 알바생을 비하하는 리뷰가 심심찮게 달린다. 심리적으로 많은 위축을 느낀다”며 불쾌했던 경험을 말했다. C학생도 배달 주문 실수로 클레임 전화가 걸려와 30분간 고함을 들으며 수십번을 사과한 경험 이후로는 배달 주문 실수가 가장 두려운 것이 되었다고 밝혔다. 근무 태만으로 신고하겠다는 리뷰가 달린 날에는 걱정되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 후, 배달 주문이 평소보다 많이 들어오는 날에는 실수하지는 않았을지 두려움에 떨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이후로 감정 노동이 심해진 주된 이유는 손님들의 태도 변화 때문이다. 세 학생 모두 방역과 관련하여 손님께 ‘막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사소한 것에도 버럭 화를 내고, 사과를 요구하는 손님들이 증가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너가 뭔데’, ‘어디서 명령질이야!’, ‘당장 사과하고 사장 불러’ 등 삿대질과 고함을 듣는 일이 일상이었다. 이는 비단 이 세 학생들만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 지난 해 11월에는 마스크를 써달라는 아르바이트생의 요청에 뺨을 때린 손님이 사회적으로 공분을 샀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업무가 과중한 것보다 감정 노동이 더 버티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아르바이트 구직 앱 ‘알바몬’은 아르바이트생들은 과중한 업무만큼 감정 노동에 정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설문조사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감정 노동으로 번아웃과 의기소침 또는 자괴감에 시달리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심사가 뒤틀린 사람들이 상대적 약자에 해당하는 알바생을 대상으로 화풀이를 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손님들에 대한 적당한 처벌과 감정 노동자 보호법이 제대로 이뤄져야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지적했다. 감정 노동자 보호법은 근로자가 손님의 폭언으로 심한 건강 및 정서적 장해를 입게 될 경우 점주가 특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감정 노동은 손님의 ‘내가 화풀이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짧은 생각에서도 방지될 수 있는 문제이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들은 손님이 더 너그럽게 대해준다면 근무 환경이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터뷰에 응한 세 학생들은 "손님께서 모욕적인 말을 하지 않더라도 제 실수에는 충분한 보상을 해드린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손님에게 고의적으로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손님의 태도 변화도 중요하지만, 이와 더불어 점주도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과중한 업무를 줄여야 한다. 과중한 업무는 손님과 아르바이트생 사이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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