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의 폐해와 이를 막기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
알고리즘의 폐해와 이를 막기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
  • 진기랑 기자
  • 승인 2022.04.11 2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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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입력한 자료를 토대로 원하는 출력을 유도해내는 규칙의 집합이다. 쉽게 풀어 설명하면, 반복되는 문제를 풀기 위한 절차 그 자체를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대중이 생각하는 알고리즘의 의미는 다르다. ‘오늘도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이 영상으로 이끌었다.' 유튜브 추천 영상을 계속해서 보다 보면 이 댓글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알고리즘은 유튜브의 AI가 시청자가 선호하는 영상 주제와 과거 시청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적 선호도에 맞게 시청자에게 가장 적합한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알고리즘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겐은 '페이스북은 알고리즘과 플랫폼의 의사 결정이 아이들에게 해를 끼치고, 분열을 조장하며, 민주주의를 약화시킨다는 것을 연구 결과를 통해 알게 되었음에도 이를 모른 체했다'라며 내부고발을 했다. 그녀의 내부고발에 따르면 알고리즘은 개인이 선호할 만한 게시물을 추천했지만, 10대 소녀 3명 중 1명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완벽한 몸'을 자신의 신체와 비교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정신 건강을 해쳤다. 미얀마에서는 SNS를 통한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의 확산이 국가의 종교적 갈등을 심화시켰고, 결국은 인종 학살이 벌어졌다. 이러한 사건들로 세계는 내가 선호하는 정보를 우선으로 노출해주는 이 알고리즘이 과연 마냥 좋은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

 

미국의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C. Sunstain)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과 신념을 가진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편향된 사고를 갖는 현상을 '에코 챔버(Echo Chamber)'라고 칭했다. 개인이 자신의 입맛에만 맞는 콘텐츠를 소비하면, 알고리즘은 계속 그 사람의 선호를 위주로 콘텐츠를 추천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알고리즘은 개인에게 확증 편향을 심어준다. 나와 다른 의견과 실체적 진실에는 귀를 막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만드는 것이다. 

 

확증 편향은 곧 이분법적 사고를 낳는다. 이분법적 사고는 사전적으로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음에도 두 가지의 가능성에 한정해 사고하는 오류'를 말한다. 이분법적 사고의 발생은 최근 미디어와 그 댓글을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인터넷 속에서는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남성과 여성,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다.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한 몰이해, 비공감, 혐오가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여성과 빈자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누린다고 남성과 부자가 하루아침에 몰락하여 길거리에 나앉지는 않는다. 약자가 살기 좋은 세상은 남성과 부자를 내팽개치는 세상이 아니며,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것이다. 여성과 빈자가 유리천장을 뚫고 성장해야, 사회가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다. 

 

알고리즘으로 인한 확증 편향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콘텐츠 범람의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바탕으로 한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용어와 개념은 1997년 폴 길스터가 처음 자신의 책을 통해 소개했다. 여기서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출처로부터 찾아낸 여러 가지 형태의 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는 새로운 정보로 조합해냄으로써 올바로 사용하는 능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며디지털 리터러시는 단순한 기능과 능력을 넘어서 태도와 마인드를 포함하는 역량의 관점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2011년 유네스코는 디지털 리터러시 구현 능력이 없으면 문맹과 다를 바 없다고 선언했다.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 역시 교육 선진국이라 인정받는 싱가포르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강조된 지 오래다. 싱가포르는 OECD 내 아시아 국가 중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비율이 가장 높다. OECD 국가들 기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기회를 받는 학생 비율이 평균 이하인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결과이다. 싱가포르는 2012년부터 디지털 리터러시 강화와 건전한 사이버 문화 구축을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위원회를 설립했다. 해당 위원회는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실과 의견을 판별할 수 있는 정보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다. 

 

키보드를 향한 우리의 손끝이 상대의 목을 겨누는 칼날이 될 수 있는 시대다. SNS 및 미디어 알고리즘을 통해 혐오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정보 평가 능력과 디지털 권리와 책임감을 배우고 디지털 사회에서 디지털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주도적 사용자가 될 수 있다. 국제연합(UN)이 발표하는 안건과 목표 속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꾸준히 강조하는 만큼,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사용자는 미디어를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미디어의 생산자들은 분별력을 갖고 개인의 공동체에 가치가 있는 미디어를 창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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