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로그] 착복식 행사, 그 이후 한 달
[저널로그] 착복식 행사, 그 이후 한 달
  • 손정민 기자
  • 승인 2022.05.22 12:1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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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4월 초 의과대학 착복식 취재 기사를 작성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코로나 시국에서 일상으로 복귀하여 오랜만에 열린 대규모 학교 행사였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도, 학교 입장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필자도 실습 나가는 학생 신분으로 행사에 참여했기 때문에 더 뜻깊은 기사를 쓸 수 있었다.

 

행사 당사자이자 취재 기자로서 착복식 당일에는 매우 정신없었던 기억이 난다. 교수 축하사 중 어떤 문장을 인용해야 행사의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열심히 축하사를 받아적었다. 결국 마음에 드는 사진을 건지지는 못했지만, 기사 사진을 찍겠다며 학보사 카메라를 목에 걸고 분주히 돌아다니기도 했다.

 

착복식을 마치고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바로 다음 주부터 병원 실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필자가 처음 실습을 한 곳은 산부인과였다. 산부인과는 출산에서부터 난임, 월경 이상, 부인암 등 말 그대로 인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함께하는 과이다. 한 달간의 실습에서 참관한 병원의 모습은, 그동안 활자로만 습득한 지식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지난 2년간 공부할 때 출산이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는지, 특정 질환의 치료를 어떻게 하는지 등을 달달 외우고는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출산의 과정은 생각보다도 훨씬 치열했다. 엄청난 양의 출혈과 산통을 거쳐 생명이 탄생하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반면 하루하루 삶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가족의 마지막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같은 진단명을 가졌어도, 모든 사람의 사정과 감정은 각각 다르게 다가왔다. 실습을 돎으로써 질병에 대해 2년간 배웠던 지식이 실제 사람, 실제 상황에 적용되는 과정을 조금이나마 옆에서 배울 수 있었다.

 

환자들은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의사, 간호사들에게 큰 신뢰를 보였다. 자신의 신체 상태에 대해 스스럼없이 말하고, 진찰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착복식에서 ‘흰 가운’이 갖는 의미는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이러한 특수한 관계에서 찾을 수 있었다. 환자가 의료인을 신뢰하는 만큼, 의료인은 환자를 단순한 치료 대상이 아닌 인격체로 대하며 그 신뢰에 상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한 달 전 착복식 취재 기사를 썼을 당시보다 병원을 직접 체험한 지금, 기사의 의미가 필자에게 훨씬 무겁게 다가온다. 단순한 보도 기사가 아니라, 병원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되새기는 기준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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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 2022-05-26 11:55:14
책임감을 지니고 실습에 임하시는 기자님의 자세가 인상깊습니다.
꼭 좋은 의사가 되실거에요~~ 뜻 깊은 기사도 감사합니다.

2022-05-26 10:13:40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기자님의 실습생활을 응원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