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금 에브리타임은
[칼럼] 지금 에브리타임은
  • 조유진 기자
  • 승인 2022.05.24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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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20년, 서울여자대학교에서는 에브리타임*의 악성 게시물 및 댓글로 재학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많은 학생에게 충격을 안겨주며 대학 내 사이버 불링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에브리타임에서는 상식 선을 뛰어넘는 댓글이나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익명을 방패 삼아 자신의 쾌락과 유희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다.

*에브리타임: 에브리타임은 편리한 시간표 제작, 대학교 커뮤니티, 대학 관련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서비스다. 2015년 전후로 모바일 앱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2021년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에브리타임은 학생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됐다. 오프라인으로 만날 기회가 많았던 19학번 이전까지는 앱 사용자가 많지 않았으나, 일명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학번부터는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학교 소식부터 동아리나 소모임 홍보, 시간표 제작까지 많은 정보를 한 곳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생들 간 친목을 다지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쉽게 모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인 에브리타임이 대학 생활의 창구가 된 것이다.

 

우리 학교 에브리타임에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의 담합 논란이나 계열생에 대한 차별을 공론화하는 게시물들이 게재된 바 있다. 여러가지 특수한 상황들이 닥치면서 에브리타임은 일종의 성토의 장이 되었지만, 건전한 공론장이라고 명명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상식에 따른 온라인 에티켓을 지키는 것'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10회 이상 신고를 당하면 신고 횟수 등에 따라 일정 기간 이용 정지를 당하게 된다. 그러나 시스템의 일방적인 성격 때문에 신고 제도는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배척하고 공격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익명 사이트에서는 제기된 담론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익명성 안에서 개인은 안도감을 경험하고, 수치심과 죄책감을 적게 느낀다. 종국에는 도덕적인 잣대가 희미해져 거리낄 것이 없는 상태가 된다. 따라서 면전에서 이야기하는 오프라인과는 발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극적인 것을 쫓는 인터넷 문화로 인해 근거 없이 상대방을 헐뜯거나, 맥락 없는 혐오성 발언이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결과, 당사자는 상처받고 담론은 오염된다.

 

에브리타임은 이미 진리를 가장한 아무말 잔치의 장이 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나친 혐오와 편향성으로 인해 오히려 대학사회 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건전한 논의를 위한 자정 노력을 하는 이들을 '진지충'이라고 비난한다. 그저 재미를 위해서 이성과는 멀어지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그것이 잘못된 선택인지 아닌지는 나중의 문제가 됐다.

 

대학에서의 건전한 공론장의 필요성은 끊임없이 대두되어 왔다. 익명 사이트에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말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익명성은 그러한 짐을 사용자에게 지우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고, 발언의 주체도 알 수 없다. 결국 말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지고,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려워진다.

 

온라인 상에서의 무질서한 의사 공유 방법이 문제라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발의에 더 집중하면 되는 것일까. 답은 '아니오'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에서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모든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견 발안을 위한 장으로 마련되어져 있다. 하지만 필요한 때에 언제나 개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일반 학생이 발언을 주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학생회 차원에서 학생들의 부담은 낮추고 참여율은 높일 수 있는 공론장 조성에 대한 적극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학생 사회의 주체는 대학생이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적절한 과정을 통해 발언에 무게를 싣는다면, 실질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건강한 대학을 위해 건전한 공론장의 마련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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