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에 가려진 노동자의 눈물
포켓몬빵에 가려진 노동자의 눈물
  • 최수민 수습기자
  • 승인 2022.05.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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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빵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SPC삼립은 포켓몬빵 열풍에 힘입어 큰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SPC삼립은 원자재 가격 급등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에 작년보다 증가한 7,0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이런 실적 뒤에는 53일 동안 단식을 단행한 노동자의 눈물이 있었다.

 

지난 3월 28일,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트 지회장은 서울 양재동 SPC삼립 본사 앞에서 단식 투쟁을 진행했다. 그는 노조 탄압과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2018년 맺은 합의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19일 사측과의 협상이 결렬된 채 53일 간의 단식 농성을 마무리했다.

 

SPC삼립의 노사 갈등은 2017년 임종린 지회장이 ‘파리바게트’의 제빵기사 불법파견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파리바게트에 파견된 제빵기사들이 파리바게트 소속이 아닌, 협력업체에 고용된 상태였던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임종린 지회장의 고발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근로 감독에 착수하게 됐고, 고용노동부가 연장근로수당 110억여 원이 미지급된 사실을 발견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지게 된다. 최종적으로, 2017년 9월 고용노동부는 불법 파견 문제를 공식 인정함과 더불어 제빵기사 직고용 및 미지급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결국 SPC삼립은 2018년에 불법 파견 노동자 5,300여 명을 고용하고, 3년 안에 자회사와 본사 간 노동조건을 같은 수준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고발에 대한 해결 수순이 이어지던 중, 또다시 노사 간의 의견 대립이 발생했다. 약속 이행 수준에 대해 사측과 노조가 서로 다른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SPC삼립 측은 임금 인상을 비롯한 휴식권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며 합의가 충분히 이행되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사측이 주장에 관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어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대립은 복수 노조로 인해 SPC삼립과 임종린 지회장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종린 씨는 2017년 고발 당시에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파리바게트지회’를 설립했다. 그 후 2017년 12월, 협력업체 중간관리자들을 주축으로 한국노총 소속 해피파트너즈 노조(현 피비파트너즈 노조)가 생겼다. 이러면서 한 기업에 노조가 여러 개인 이른바 복수노조가 된 것이다. 이후 피비파트너즈가 교섭노조대표가 되면서 파리바게트지회와 사측과의 교섭은 더욱 힘들어졌다.

 

2017년부터 이어진 노사갈등 문제지만 언론에서는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삼립SPC에 대한 기사는 포켓몬빵과 관련된 향후 영업 이익과 전망이 대부분이다. 50일 넘게 이어진 단식 투쟁에도 불구, 사람들은 파리바게트의 부당노동행위를 주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SPC삼립의 문제를 알리고 노동자와 연대하고자 하는 의도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관심이다. 임종린 지회장이 위태로운 건강 상태가 될 때까지 단식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질까 두려워서였다. 대기업의 횡포가 크게 이슈화 되지 않았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노동 이슈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엔 우리도 노동자이며 이와 같이 자신의 권리를 외쳐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단지 파리바게트의 제빵기사 뿐만이 아니라 모든 제빵기사들이, 더 나아가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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