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위의 딜레마
[칼럼] 시위의 딜레마
  • 임지민 수습기자
  • 승인 2022.06.03 0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시위가 지난 4월 21일부터 다시 시작됐다. 장애인들의 이동권·교육권·탈시설권 등을 담은 법안에 합당한 예산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까지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적과 달리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제공하는 탓에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시위는 목적 뿐만 아니라 그 방법도 중요하다. 방법에 따라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위신에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시위란 시민의 의견을 나타낼 수 있는 반면, 타인에게 불편을 야기할 수도 있다.

 

전장연 시위의 목적은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이동권을 공론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민의 불편을 초래했다. 지하철에 천천히 승차하거나 문이 닫히지 못하게 문 사이에 몸을 끼우는 등의 행위로 지연되게 만들어 시위를 진행했다. 전장연 측은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들의 불편을 의도적으로 초래한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시위의 방식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속출하면서 반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두고 일각에선 '충분히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이 지어져 있다', '서민의 발인 지하철 운행을 막는 것은 도리어 반감만 일으킨다' 등 부정적인 반응들을 쏟아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한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이들은 "시위를 해도 피해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번 시위를 옹호하는 한 시민은 "아무래도 그 사람들만의 고통이 있고 또 어려운 게 있으니 시위를 하지 않겠냐"며, "사회적 약자들의 시위는 과격한 방식이 아니면 관심을 끌 수 없기에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본인도 다리 수술로 장애를 갖고 있는데, 지하철뿐만 아니라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불편한 게 너무 많다"며 전장연의 행동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온건한 시위'로 권리를 쟁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장연 시위는 2001년부터 시작됐지만, 이전의 온건한 시위로는 이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장애인들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투쟁을 통해 비장애인과 동등한 권리를 쟁취하려 노력해왔다. 전장연 시위가 여론의 중심에 서자 정치권에서 앞다퉈 장애인 교통 시설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시위의 딜레마가 생긴다. 과격한 행동으로 비판받더라도 이목을 집중시켜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혹은 아무도 피해 입히지 않는 대신 눈길을 덜 받는 조용한 시위를 해야 하는지 둘 중 무엇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통해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주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동 환경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이동 약자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품고 있는 이동환경은 필히 바뀌어야 한다. 이동권 자체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인 만큼, 이를 위한 시위도 정당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하며, 공론화를 위해 불법시위를 하는 것이 올바른 시위의 방식은 아닐 것이다. 또한, 불법시위를 함으로써 목소리를 내고 싶다면 그로 인한 반감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약자의 소외 없는 더 발전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 역시 중요하다.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의도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보단 모두의 권리를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하여 조정한다면 모두가 공생하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