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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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지민 수습기자
  • 승인 2022.07.06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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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6일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위법 판결에 대기업 노조가 잇따라 폐지를 요구하며 노동계와 금융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에 불을 붙인 대법원의 판결은 어떤 내용인지와 함께 논란의 중심인 임금피크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대법원의 판결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직원인 최모 씨가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인해서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소송에서 회사가 임금피크제 제도를 악용하여 직원에게 주지 않았던 임금을 일부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 역시 2심 판결을 유지했다. 해당 판결 이후, “대법원이 임금피크제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는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제목은 정확한 말이 아니다.

 

임금피크제란?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줄이는 대신 고용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줄이고, 청년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해당 제도는 정년유지형과 정년연장형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정년유지형은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을 삭감하고, 정년연장형은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깎는다. 두 유형 모두 정년을 보장하고 임금을 삭감한다는 점은 같지만, 근무 기간을 기존보다 늘리는 대신 임금을 더 삭감할 것인지, 기존의 근무 기간만을 보장받고 임금을 덜 삭감할 것인지에 대한 차이가 있다.

 

임금피크제는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고령자의 고용을 보장하기 위해 일본이 처음 도입한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예퇴직 압박이 심했던 2003년 당시 기업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됐다. 임금피크제는 기업에게는 인건비 부담 완화, 고령 인력 활용 등의 장점과 근로자에게는 고용 안정, 청년 일자리 제공 등의 장점을 가져다 준다. 다만 조직의 활력이 저하될 수 있고, 임금 축소에 따른 동기부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 등이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는 사라지나...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임금피크제 폐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이 사건의 경우, 최모 씨에게 임금을 삭감했으면 그에 맞게 업무 강도나 업무량을 줄여줬어야 했지만, 하는 일은 똑같고 그저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했기 때문에 위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자체가 아닌 해당 사례에 국한된 판결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임금피크제도를 시행할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더 주의할 필요가 생겼다. 근로자들의 급여가 줄어드는 만큼 업무 할당량, 시간 등이 조정되어야 하며, 이렇게 절약된 인건비를 본래 목적인 신규 직원 채용 등에 써야 한다.

 

임금피크제의 우려

임금피크제가 보편화되면서 고령자의 고용 안정이 아닌 명예퇴직을 촉진하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이번 대법원 판단을 계기로 임금피크제 전체를 무효화하거나 대폭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국노총은 지난 2일, 산하 조직에 "개별 사업장의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인 폐지나 보완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대응 지침을 배포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공기업이나 은행 같은 경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데 문제가 매우 많다"며, 이번 판결을 기초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임금피크제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임금피크제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다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 근로자, 정부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기 마련이기에 서로 간 합의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임금피크제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잘 운영하는 것이 임금피크제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잠재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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