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컬쳐] '플로리다 프로젝트',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본인컬쳐] '플로리다 프로젝트',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 윤채현 기자
  • 승인 2022.07.11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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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식 포스터
영화 공식 포스터

션 베이크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미국 빈곤층과 양육 문제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화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랜드를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초기의 프로젝트명이다. 또한 미국 내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시행하면서 붙여진 명칭이기도 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디즈니월드로 가는 길목인 플로리다주 올랜도 키시미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지역에 위치한 ‘매직캐슬’에 사는 미혼모 헬리, 6살 딸 무니, 이웃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매직캐슬의 외벽은 파스텔 톤으로 칠해져 따뜻하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매직캐슬의 사람들의 삶은 이처럼 아름답지 못하다. 매직캐슬의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헬리는 직업 없이 불법적으로 향수를 팔거나 성매매를 하며 가까스로 생활비를 마련해 생활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헬리의 딸인 무니는 가난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헬리가 성매매를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등 제대로 된 양육도 받지 못하는 아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무니와 같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저소득층 가정의 열악한 환경을 조명하여 그곳에서의 삶을 더 비극적으로 보여준다.

 

키시미 지역은 한때 관광객으로 북적이며 번성하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면서 관광객을 위한 숙박업소들은 한 주 단위로 방세를 지불하면서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거주지로 바뀌었다. 영화의 각본을 쓴 크리스 버고크는 "집을 얻으려면 최소 두 달 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이 필요하다. 신용도도 떨어지고 일자리도 없는 사람들은 그 돈을 낼 수가 없다. 일다운 일을 하기 전까지 이렇게 모텔을 전전하며 살게 된다. 플로리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주택 담보 대출에서 심사에 통과하지 못하거나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대출이었다. 상환 능력이 없는 서브프라임 대출자가 채무를 불이행하며 집을 차압당한 채무자들이 거리로 몰리며 전세계적 금융 위기를 불러왔다.

 

한국 또한 키시미 지역처럼 지역 간 빈부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각본가 크리스 버고크는 “디즈니월드와의 근접성과 풍경 때문에 가난과 행복의 병치를 보여주는 듯했다”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장소 바로 밖에서 아이들은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높은 빌딩이 즐비한 서울의 번화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흔히 달동네라고 불리는 판자촌을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주거지역이 분리되는 ‘주거분리’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고가 주택 지역은 꾸준히 보수가 이뤄지면서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 반대로 저가 주택은 수리를 못해 쇠락한다. 그러면서 주거분리가 고착화되어 간다. 이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진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히든 홈리스는 39만 가구 가까이 된다. 한국에서 히든 홈리스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국의 주요한 주거복지 정책을 대상자들이 모른다는 사실에 있다. 소득이 낮은 주거 취약 계층은 주거 급여 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타인의 주택 등에 거주하는 임차가구에게는 실제 임차료인 임차급여를 지원하고 자가가구에게는 종합적인 주택개량을 지원한다. 그러나 한국주거복지연구원이 2019년에 공개한 ‘찾아가는 주거복지상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 1만2954명 가운데 주요 주거복지 프로그램을 모른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게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주거복지 대상자들이 그들을 지원하기 마련된 복지 프로그램을 모르고 있다. 이는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야기하며, 히든 홈리스 현상의 심화를 가지고 온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수급권자의 신청이 반드시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신청도 가능하지만 인력부족 및 행정업무 과다 등의 이유로 대상자에게 혜택이 원활하게 제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히든 홈리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상자가 정책을 알 수 있도록 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의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인력 확충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주거 복지 대상자의 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헬리와 무니와 같은 주거취약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국민으로서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통한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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