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청소년 임신 미디어 노출, 이대로 괜찮은가?
[칼럼] 청소년 임신 미디어 노출, 이대로 괜찮은가?
  • 민윤재 수습기자
  • 승인 2022.07.19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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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절대 '잘못했다'는 말이나 '실수했다'는 얘기는 하지 말자." 이 문장은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18살 고등학생 정현이가 임신을 한 동갑 여자친구 영주에게 하는 말이다. 이들이 하지 않았다는 잘못과 실수, 과연 현실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최근 미디어에서 청소년 임신을 소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방송 소재로 이용되는 일은 허다하다. 문제는 사회문제로서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방송에서 풀어내는 방식에서 시작된다.

 

시청자들은 청소년 임신이 미디어에서 ‘어떻게’ 비치는지를 우려하고 있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에피소드 일부에서 청소년 임신 관련 내용을 다뤘다. 18살 고등학생 커플 정현(배현성 분)과 방영주(노윤서 분)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이들 사이에는 임신이라는 갈등이 찾아온다.

 

주요 쟁점은 임신 이후에 일어난다. 임신을 알게 된 방영주는 임신 중단(낙태)을 결심한다. 정현도 이에 동의했지만, 아기용품을 파는 매장을 지나가며 마음을 바꾼다. 그리고 곧장 방영주에게 전화를 걸어 "그 애 내 아기이기도 하잖아"라며 서로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말을 내뱉는다. 방영주가 임신 중단하고도 잘 산다는 선배 이야기를 하자, 정현은 “그 선배한텐 나 같은 남자가 없었을걸? 너한텐 내가 있잖아”라 답한다. 청소년 임신이라는 인생의 중대한 문제를 앞에 둔 청소년들의 대화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낭만으로 포장돼 있다. 이러한 대사 몇 구절은 시청자들이 해당 에피소드를 미화라고 느끼게 한다. 드라마도 픽션이지만, 드라마가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해선 안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고 넘길 시청자들은 많지 않다.

 

최근 시즌 2가 시작된 MBN 예능 ‘고딩엄빠’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남성현 PD는 “'10대의 성'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다며, 10대와 그들의 부모가 손잡고 보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란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획 의도대로 프로그램이 연출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양한 출연자 중 이택개와 박서현 부부의 이야기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아내 박서현이 흉기를 들고 이택개를 협박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딸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이 사건 이후 ‘고딩엄빠’ 측은 이들을 다시 방송에 재출연시키며, 자극적인 사연을 부각시켰다. 결과적으로 부부 갈등은 해결되지 못했고 제작진은 어린 출연자들을 방송 소재로 이용하기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능’이라는 프로그램 분야의 특성이 청소년 임신이 가볍게 소비되도록 부추기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본 학보는 청소년 임신 미디어 노출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알아보고 보다 중립적인 시각을 지향하고자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들은 “청소년 임신 미디어 노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에 대해 옹호/긍정적(27.3%), 우려/부정적(72.7%)이라 답했다. 옹호/긍정적을 선택한 이유로는 드러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47.3%),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어서(42.1%)가 비슷하게 나왔고, 우려/부정적을 선택한 이유로는 미화한 부분이 많아서(76.9%)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자극적으로 연출해서(9.6%), 청소년 출연자를 보호하지 않아서(7.7%)가 뒤를 이었다.

 

본 설문조사를 통해 해당 주제에 관한 가톨릭대학교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청소년 임신이 드러내야 하는 사회적 일면임은 분명하나 드러내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입장과 현재 청소년 임신 소재는 미화된 부분이 많으며, 청소년 임신이 불러올 여러 문제를 다각도로 다루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자극적 연출보단 청소년 부부들이 어떠한 문제를 겪고 있는지,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고민하고 있는지 등을 중심으로 보여줌으로써 다른 청소년들에게도 교육적 효과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 외에도 “청소년 임신 미디어 노출 자체보다 시청자의 확대해석과 청소년 임신을 마치 범죄와 동일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다”, “청소년이 임신을 책임지기 어렵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성교육이나 복지제도로의 확장적 논의가 필요하다”, “청소년들에게 임신 후 어려움에 관한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임신 중단 선택 등 임신 외에 다른 여러 선택지에 관한 소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한 학생은 “임신이 방송 소재로 사용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사회의 모든 면을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임신의 어떤 부분을 조명할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갈등과 혐오가 판을 치는 현대 사회에서 중립적인 시각으로 해당 주제를 담아내는 것은 제작진들의 역량에 달려있지만, 이들이 실제 임신을 한 청소년들의 시각을 충분히 반영한 건강한 프로그램을 제작할지는 모르는 일이다”라는 우려와 함께 청소년 임신 소재 방송 제작에 관한 다양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메시지 전달 방식이다. 청소년이 임신과 성관계 등 성에 관해 부끄럼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 확립은 매우 필요하다. 하지만, 해당 주제가 방송을 통해 가볍게 소비되고 접근되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 보이는 모습은 너무 자극적인 갈등처럼 나타나거나 미화되어 비현실적으로 나타난다. 청소년 임신은 어린 나이에 임신 중단, 출산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청소년 부부를 배척해서도, 청소년 임신을 마냥 옹호해서도 안 된다. 방송은 이 가운데에서 최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소재를 다루는 연출 및 작가의 책임이 증대되어야 하고, 방송사별 시청자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청소년 임신을 자극적인 소재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드러낼 부분은 드러내되 청소년 임신을 바라보는 편견 어린 인식의 변화도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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