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역이 완화되고 여름이 다가오며 여러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워터밤 축제와 싸이의 흠뻑쇼 등 물을 사용한 축제들의 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농가에서는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겪고 있음에도, 이런 축제들에서 몇 백 톤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싸이는 ‘흠뻑쇼’를 둘러 싸고 티켓을 오픈하기도 전에 한 차례 논란을 겪었다. 흠뻑쇼는 여름에 물을 뿌리며 진행되는 콘서트다. 티켓 오픈을 앞두고 해당 쇼에서 가수가 한 회당 300톤의 물을 소비한다는 사실을 밝히며, 가뭄 상황에서 물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대로, 대가를 지불하고 자원을 사용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냐는 반응도 나왔다. 두 의견이 충돌하는 가운데, 6월 17일 흠뻑쇼와 관련해 방역 당국이 물을 뿌리는 형태의 축제 진행을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더 큰 구설수에 휩싸였다. 흠뻑쇼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가뭄이 심각한 상황인데 재미를 위해 물을 버린다고 비판한다. 반면, 흠뻑쇼를 옹호하는 이들은 워터파크나 골프장에서도 수 백 톤의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워터파크에서 소비되는 물은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흠뻑쇼의 경우 식수를 사용할 뿐더러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가 심각한 만큼 물을 낭비하는 행위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이은 폭염으로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흠뻑쇼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속화되고 있다. 강원 인제와 춘천을 흐르는 소양강 댐의 경우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이달 초부터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겨울부터 현재까지 가뭄이 계속되며 비상 급수가 실시되는 지자체도 있다. 같은 한국임에도 지역마다 물 불평등이 심각하다. 도시와 달리 농어촌 지역은 상수도가 없어 물 접근권과 관련해 문제를 겪는다. 폭염으로 인한 가뭄으로 물 부족이나 수질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환경 문제는 결국 우리의 일상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작년 장마 기간은 역대 세 번째로 짧았으며, 올해 봄은 건조한 날씨로 인해 전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는 등 이례적인 규모의 자연재해가 수차례 발생했다. 극심한 가뭄은 지역 농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작물의 수량 감소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작물이나 해양 생명체의 개체 감소는 생태계의 위험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환경 문제는 더 이상 환경운동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각한 가뭄의 원인은 지구 가열 때문이다. 지구 가열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늘어 지구 대기온도가 오르는 현상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권에 쌓이며 우주로 빠져나가야 할 열이 지구에 갇혀서 온실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올해 2월 아시아 지역에 극한 기온 발생과 강수 변동성 상승으로 인해 식량과 물 안보 부문의 위기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상 관측 기구인 WMO가 6월에 발표한 ‘2021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극한 기상 현상이 야기한 한국의 사회경제적 피해는 242억 7900만 달러로 피해 규모 4위에 올랐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갖고 물을 절약하려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흠뻑쇼를 비판하는 것도 그린슈머*들이 늘어나며 문화 소비에서도 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물 뿐만 아니라, 짧은 공연을 위해 사용됐다가 바로 버려지는 대형 무대 재료 등에 대해서도 문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물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비판이 특정 연예인을 향한 비난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가뭄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더 중요하다. 전국가적 차원에서 협력해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린슈머: 그린슈머는 녹색(gree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