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울?
한국=서울?
  • 홍연주 기자
  • 승인 2022.07.2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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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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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만 한국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지역간 인프라 불균형이 심각하다. 복지, 문화 수단, 교육 수준 뿐만 아니라 의료, 관광지, 일자리, 교통, 정보 습득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소들에 있어서 서울과 지방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 ‘서울공화국’이다.

 

서울공화국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분의 인프라가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매 시기에 다채롭게 열리는 전시회들, 지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잘 짜여진 교통 노선과 잘 닦인 도로, 실적을 전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유능한 의사들과 병원들, 깔끔한 학교와 공공기관의 시설, TV의 어느 채널에서나 접할 수 있는 지역 최신 정보,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 열띤 정책 투자… 서울 시민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서울 밖에서는 눈 씻고 볼래야 볼 수 없다.

 

서울공화국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현재 전국적인 취업난과 겹쳐 서울공화국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인프라의 집중이 일자리의 집중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 1000개 중 75.3%가 서울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며, 전국 370개 공공기관 중 44.3%가 수도권에 위치한다.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 있기에 지방 시민들은 취업을 위해 상경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서울은 인프라와 더불어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수도권 지역인 서울·인천·경기의 거주 인구는 총 2602만 명이다. 이 수치는 총인구 5164만 명의 50.4%를 차지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총 지역내총생산(GRDP)은 1923조 9774억 2천만 원이다. 이 중 수도권의 GRDP는 약 1001조원으로, 전체의 52%다. 경제 분야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서울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반면에, 지방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7일 개최된 제5회 서울심포지엄에서 25년 후면 전국 228개 시군구 전체가 소멸 위험에 진입한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해당 심포지엄에서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올 3월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의 49.6%가 소멸위험지역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마을에 폐허가 된 집이 즐비하고, 지역 출생률은 저조하다. 지방광역시도 소멸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수도권 다음으로 거대한 규모인 부산 광역시도 인구수가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2016년에는 350만명 이하를 보였고, 2020년에 들어서는 330만명 대로 다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 지방의 기업들은 되려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방의 쇠퇴가 돌이킬 수 없는 정도까지 도달하면 국토의 90%가 죽은 땅이 되어버린다.

 

서울공화국은 우리나라의 오랜 숙제였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서울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울에 치중된 개발은 역사적으로 오래된 현상이다. 그러나, 한국이 서울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2000년대는 그 속도가 특히 심하다. 이유로는 정치와 언론을 꼽을 수 있다. 정치권은 서울이 수도이며, 사람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란 이유로 서울 중심의 정책만을 내놓고 실행한다. 언론은 서울 외에서 발생한 재해나 사고에 무관심한 경향을 보인다. 정치는 서울 중심의 인프라 개발 고착화를 조장하고, 언론은 불평등한 정보 접근성과 격차를 조성한다.

 

정치와 언론의 편애로 이제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지역 감정도 깊어지는 추세이다. 최근, 한 네티즌이 ‘지방 농가들은 가뭄으로 저녁이 되면 수도도 사용하지 못하는데, 서울 사람들은 지방의 물을 끌어쓰면서 물을 낭비한다’는 비판을 던졌다. 이를 시작으로 수도권과 지방 간의 지역 감정이 불거졌다. 다른 네티즌은 ‘서울은 지방의 전기를 사용하고, 쓰레기는 다시 다른 지방에 버리는 ‘기생도시’라며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자원과 물자의 사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에 치중된 정책과 언론으로 지방이 소외받고 있음을 외쳤다.

 

결국 서울공화국의 해결책은 지방분권이다. 정부는 인프라 집중 해소를 위해 여러 가지 대안책을 내놓고 있다. 지역개발 및 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를 ‘행정중심도시’로 개발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행정중심도시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세종시의 텅 빈 길거리와 상가, 입주민이 없는 아파트 단지가 제2의 수도를 만들고자 한 노력이 실패했음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더욱이, 수도권 인구 유입은 미미한데, 오히려 주변지역 인구만 흡수하여 지방 소멸에 기여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세종시가 서울공화국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매년 세종시 개발에 관한 정책이 논의되는 실정이다. 김효명 선문대학교 교수는 세종시 관련 정책에 대해 “좋은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도시, 젊은이들이 함께 일하고 노는 도시를 만들어야 수도권의 인재가 세종시로 모인다”고 조언했다. 더해서, 박성현 서울대 통계학과 명예교수는 지역 대학 육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문가의 조언과 더불어, 수도에 편중된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의 반성도 필요할 것이다.

 

수도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현상의 이면에는 죽어가는 지방들이 존재한다. 수도만 잘산다고 나라를 먹이고 살리기는 불가능하다. 지방에는 전국민의 식량이 되는 동물이 있고, 논과 밭이 있다.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꾸린 사람들도 존재한다. 현재의 발전된 서울이란 눈부신 성취 후에 나타날 부작용을 대비해야 비로소 한국이 진정으로 발달한 국가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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