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케어키즈존?
이제는 케어키즈존?
  • 임지민 수습기자
  • 승인 2022.07.2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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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달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케어키즈존'이라는 안내를 써 붙인 식당과 카페의 사진이 공유되며 누리꾼의 화제를 모았다. 아이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노키즈존'이 차별적 공간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뒤를 이어 케어키즈존이 등장한 것이다. 현재 ‘케어키즈존’은 업주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케어키즈존이란 '보살피다'라는 의미의 '케어(care)'에 어린이의 출입이 가능한 공간을 의미하는 '키즈존(Kids Zone)'이 합쳐진 표현이다. 어린아이의 출입은 가능하지만, 보호자들의 적극적인 보살핌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경남 함안군에 위치한 한 카페는 입구 안내문에 “자녀를 동반한 고객들에게 반드시 적극적인 케어를 부탁드린다”며 “부주의로 인한 기물 파손, 안전사고 발생 시 보호자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욱이 아이들을 돌보는 데 있어 전적으로 부모에게만 책임이 있기 때문에, 아기 의자와 식기 등의 유아용품은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해당 카페는 현재 루프탑 등 야외 공간은 노키즈존으로, 그 외의 실내 공간은 케어키즈존으로 운영 중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이 차별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노키즈존에 대해 업주의 자유라는 주장과 아이에 대한 차별이라는 반론이 현재까지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노키즈존의 대안으로서 케어키즈존이 등장했지만, 케어키즈존에 대해서도 양분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역 맘카페와 네이트판을 중심으로 한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노키즈존이 많아져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없었는데 이러한 곳이 생겨 그나마 다행이다” 등의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보호자의 엄중한 책임을 강조하는 이 공간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어떠한 형태의 키즈존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것이다. 노키즈존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유아용품을 구비해두지 않은 건 사실상 노키즈존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케어키즈존 논란에 대해 양육과 훈육은 부모에게만 전가해야 할 책무가 아닌 만큼 카페나 식당 등 대중 이용 공간에도 공동체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학교 아동학과 교수는 “아이를 배려하고 때로 훈육하는 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일인 만큼 부모의 몫으로만 한정 짓지 말고 모두가 함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혜련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이들의 안전이 확보된 공간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부모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이를 위한 가구나 식기 등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한다면 차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케어키즈존은 노키즈존의 절충안이 될 수 있을까? 케어키즈존이 어린이의 인권과 차별을 부추기는 노키즈존 공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탈피하면서, 사업주와 고객에게 현명한 절충안이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여성과 흑인이 열등하다는 이유로 공간 이용에 대해 차별받은 것과 노키즈존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한다. 그렇기에, 그는 케어키즈존도 노키즈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모의 주의만으로 아이들을 완벽하게 케어할 수 없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다. 아이가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가정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이를 위한 세상이 모두를 위한 세상으로의 한 걸음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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