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 해답이 될 수 있을까?
  • 민윤재 수습기자
  • 승인 2022.07.24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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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만으로 14살 안 되면 사람 죽여도 감옥 안 간다던데, 그거 진짜예요? 신난다.” 이 대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소년범 백성우(이연 분)가 판사에게 하는 말이다. 소년범들의 영악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어린 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법은 가해자와 피해자, 둘 중 누굴 보호하고 있는가?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로서 대상 연령에 따라 소년범을 어떻게 처벌할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의 특별법이다. 현행 소년법은 나이에 따라 처벌 방식을 3가지로 나누고 있다. 만 10세 미만에 속하는 범법소년은 범죄를 자각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에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다. 만 10~14세 미만에 속하는 촉법소년은 범죄를 인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보호처분은 할 수 있지만,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 전과 기록도 남지 않는다. 만 14~19세 미만에 속하는 범죄소년은 보호처분과 형사처벌 모두 가능하다. 전과 기록은 남지만, 성인과 비교해 내릴 수 있는 최대 형량이 징역 20년까지로 제한돼 있다. 즉,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최대 20년의 형만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피해자를 포함한 많은 국민은 현행 소년법에 관한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에 최근 6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촉법소년의 나이 기준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검찰국과 범죄예방정책국, 인권국, 교정본부가 함께하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TF’팀을 구성했다. 한 장관은 법무부 주례 간부 간담회에서 "소년범죄 흉포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소년범죄 선도와 교정교화에 적절한 방안이 무엇인지 등이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라며, 종합적인 시각에서 해당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많은 국회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국회의원도 대통령 후보 시절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공약한 바 있다.

 

청소년 범죄 흉포화 및 지능화 관련 도표
청소년 범죄 흉포화 및 지능화 관련 도표

많은 이들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주된 이유는 소년 범죄 흉포화와 저연령화다.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강도, 절도, 폭력, 성범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2017년 6282명에서 2021년에 8474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소년 범죄 수법 지능화와 사이버화는 심각하다. 청소년이 가담한 배임·횡령·사기 관련 지능범은 2018년 9,900여 명에서 2020년 1만 1,900명으로 20% 가까이 늘어났고, 청소년 사이버범죄 검거 현황은 2018년 8642명에서 2020년 1만 2165명으로 약 40% 늘었다. 이는 만 10~13세에 해당하는 촉법소년이 2018년 7364명에서 2020년 9176명으로 25%가량 증가한 점과도 맥을 같이한다. 스마트폰 사용 시작 연령이 낮아지면서 어린 나이임에도 범죄에 접근하기 쉬워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년 범죄에 관한 대책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4월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있는 범죄 잡학사전 – 알쓸범잡2’에서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2001년 14살 형이 11살 동생을 살해한 사건을 되짚었다. 24시간 식당을 운영하느라 바빴던 부부에게는 14살, 11살 두 아들이 있었다. 어느 날 부친이 귀가해 보니 11살 아들이 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11살 아들은 이미 사망한 지 꽤 시간이 지났고 14살 형은 사라졌다. CCTV에 동생의 사망 추정 시간이 지나 외출하는 형의 모습이 찍히면서 형은 강력한 용의자가 됐다. 미니홈피에 군대에 다녀와서 살인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꿈이라고 적었던 근거와 기타 정황 등을 토대로 형은 검거됐고 당시 촉법소년 기준에 근거하여 4년 단기 보호 처분을 받았다. 현재의 촉법소년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졌다. 시대가 변하면서 청소년은 그때보다 훨씬 성숙하고 정보 습득도 빨라졌다. 이는 소년범 처벌 강화 필요성이 요구되는 명백한 이유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다른 관점으로도 볼 수 있다. 가정 환경도 문제로 작용했다. 14살 형이 학교에서 장래희망을 살인업자라 적은 것을 본 선생님이 부모에게 치료를 권했지만, 부모는 너무 화목하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표창원 범죄수사 전문가는 “부모님은 마음이 있었지만 애착을 형성할 정신적, 체력적인 여력이 없었다. 학교도 진학과 성적에만 맞추지 아이가 사회화가 잘되고 있는지를 교육체계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문제들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에서는 이 문제들을 꼬집는다. 극중 심은석(김혜수 분) 판사는 “소년은 결코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오늘 처분은 소년에게 내렸지만 그 처분의 무게는 보호자들도 함께 느끼셔야 할 겁니다”라며, 보호자를 포함한 가정, 학교, 사회의 책임을 묻는다. 2015년 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부산가정법원 자료에 따르면, 전체 1,872명의 소년범 중 897명은 이혼·사별·가출 등으로 인한 한부모, 조손 가정 등 ‘가정환경 취약 요소’를 갖고 있었으며, 부모가 있는 경우에도 알코올 중독·가정폭력 등의 문제로 제대로 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범죄를 선택한 소년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맞지만, 사회가 이들의 환경 개선에 힘써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극중 강원중(이성민 분) 판사는 법보다 시스템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우리나라의 소년원이나 청소년보호시설 등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을 지적했다. 2018년 기준 전국 소년원 수용률은 111%로, 원래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넘어섰다. 일본의 청소년보호시설이 50개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8개로 매우 적으며, 모두 민간 운영 방식이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전문적인 시설도 갖추진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의 교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청소년 범죄율을 줄이거나 재범률을 낮추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숙해진 현재 청소년에게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의도는 많은 국민들이 동감할 것이다. 이번 논의는 법이 진정 보호해야 할 아이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강력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에게는 처벌이, 환경에 떠밀려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에게는 교화가, 피해자에게는 사회의 보호와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의 가정 환경 개선과 부모 교육, 교화를 위한 시스템 발전에 관한 주목도 함께 이루어져 많은 아이들이 미래로 나아갈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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