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어느 수집가의 초대
[르포] 물건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 어느 수집가의 초대
  • 이서림 기자
  • 승인 2022.07.24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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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전시회>가 열렸다. 이건희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전시회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연이은 매진을 보이며 큰 화제를 불러왔다.

 

이번 고(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 1주년 전시회의 특징은 수집가의 초대를 받아 그의 집을 구경한다는 기획이다. 수집가의 집에 초대받은 관람객들은 전시회장에서 그의 설명과 함께 여러 수집품들을 관람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특히 전시관에 입장하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조각가 권진규의 작품 <문>과 “이 문을 지나면 수집품이 가득한 저의 집으로 들어간다”는 문구는 관람객들이 더욱 전시에 몰입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벽에 적힌 문구들은 수집가가 직접 말을 거는 효과를 주어, 관람객들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직접 자신의 수집품들에 대해 설명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시회는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된다. 기존의 많은 전시회들이 시간 순서대로 전시품을 배치하는 것과는 달리 이번 전시회는 각 전시실의 주제에 맞춰 보다 자유롭게 전시품들이 배치되어 있다. 가족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유명했던 고(故) 이건희 회장의 모습이 수집품에서도 드러나는 제1전시실부터 인간의 지혜와 삶의 본질을 주제로 모인 불교 문화 유물 전시실, 그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록 유산 전시실까지 관람객들은 주제 별로 모인 전시품들을 감상하며, 이제는 세상에 없는 수집가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는 작년 7월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개최됐다. 하지만 장기 전시회임에도불구하고 전시회 티켓 암표 거래가 발생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며 전시회에 대한 사그라들지 않는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비교적 자유로워진 문화생활의 여파도 있겠지만,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가 인기를 얻는 이유들은 보다 더 다양하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작품’, ‘재벌가에서 소장하던 작품’이라는 수식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람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실제 이중섭의 <황소>, 모네의 <수련> 등 이름 있는 작품이 전시회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전시회는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리움미술관 개관식 축사를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해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했다는 입장과는 달리 비판의 시선도 존재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가족이 상속세 신고 및 납부 기한을 이틀 앞두고 기증을 발표했다는 사실과 소장한 문화유산을 공개하지 않았으면 실질적인 문화의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 등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이번 기증 행보는 가치가 있다. 약 2만3000여점이라는 방대한 양의 수집품들이 기증됐으며, 기증품들의 상태도 잘 보존되어 있었다. 또한 이건희 컬렉션 지역 순회전 이후 건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건희 기증관은 한국 미술계에 큰 이점을 줄 것이다. 그럼에도 기증 과정에서의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예술이 본질이 아닌 돈으로 환원되는 시대에 이러한 기증 행보의 포문을 열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므로,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주최해 총 355점의 작품이 전시된 이번 전시회는 8월 28일(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관람 가능하다. 또한 10월부터는 광주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세 곳에서 동시에 이건희 컬렉션 지역 순회전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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