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 가능성, 누구를 위한 것인가
등록금 인상 가능성,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진기랑 기자
  • 승인 2022.08.0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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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장학금 2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의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정부의 교육 정책 기조가 고등교육기관의 자율성을 띠면서 등록금 인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2009년부터 정부는 10억 원 안팎이 지원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을 등록금을 동결/인하하고 교내장학금을 유지/확충한 대학에만 제한적으로 지급함으로써 지금까지 대학 등록금 인상을 간접적으로 막아왔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08년까지 평균 물가상승률은 3.2%였던 것에 반해 각각 평균 9.2%, 7.1% 상승했던 국·공립대와 사립대학의 등록금이 2009년부터 서서히 동결·인하됐다. 하지만 국가장학금 2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이 폐지된다면 꾸준히 재정난을 겪고 있는 사립대학과 지방대학은 등록금 인상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주최 대학 총장 세미나에 참석해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라며 등록금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이달 5일 박순애 교육부 장관도 “등록금 동결로 사립대학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금은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시행되는 시기에는 여유가 있을 수 있다”며 당분간 대학 등록금 인상은 없을 것이지만 언젠간 대학 등록금 인상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등록금 인상은 곧 가계 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염려할 수밖에 없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 및 등록금 인상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반값 등록금 시행하라. 학생과 가정에 책임 떠넘기는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라고 목소리를 냈다.

 

만약 지금 당장 등록금 동결 요건이 폐지되어 내년부터 모든 대학의 등록금이 최대한으로 인상된다면 평균 등록금은 얼마가 될까.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등록금 인상 상한선은 최근 3년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이다. 2020년과 2021년의 물가상승률은 각각 0.5%와 2.5%이다. 기획재정부가 제시한 올해의 물가 상승률은 4.7%이다. 따라서 내년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 기준이 되는 최근 3년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세 수치를 기하평균한 값인 2.55%이다. 여기에 1.5배를 곱한 3.825%가 내년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 기준이 된다.

 

2022년 계열별 평균 등록금*은 예체능 657만 1700원, 공학 614만 6600원, 자연과학 609만 4600원, 인문사회 541만 2200원 순이다. 설립 유형별로 살펴보면, 사립 606만 8600원, 국·공립 236만 8400원이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여기서 앞서 계산한 내년 등록금 인상률을 적용해보자. 2023년 계열별 평균 대학등록금은 예체능 682만 3000원, 공학 638만 1700원, 자연과학 632만 7700원, 인문사회 561만 9100원이 될 것이다. 설립 유형별로 사립 대학은 630만 700원, 국·공립 대학은 245만 8900원이 된다.

 

큰 금액이 오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3년째 대학 등록금 동결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OECD 국가 중 연평균 등록금이 7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타국과 비교해보았을 때도 우리나라의 현 등록금은 높은 수준이며, '우리나라 등록금은 비싸다'라는 국민적 정서가 합의되었기에 일명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이 생겨났음을 명심해야 한다.

 

인재 육성은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매 정부에서 인재 육성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다. 그렇기에 대학에 맡기는 자율성은 궁극적으로 대학에서 더 많은 학생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대학사회에서 성장하고 전문지식을 쌓아 우리 사회의 한 축을 이루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등록금 인상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건 결국 학생이다. 대학의 주체인 학생이 대학의 자율성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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