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22 서울시향 김은선의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르포] 2022 서울시향 김은선의 드보르자크 신세계 교향곡
  • 이승민 기자
  • 승인 2022.08.16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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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21일 오후 8시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김은선의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1부는 김택수의 <스핀-플립>(Texu Kim, Spin-Flip)과 첼리스트 크리스티안 폴테라와 함께 루토스와프스키의 <첼로 협주곡>(W. Lutosławski, Cello Concerto) ▲2부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A. Dvořák, Symphony No. 9, Op. 95 “From the New World”)으로 구성되었다.

 

김은선 지휘자는 여성,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어 2020/21 시즌부터 활동 중이다. 이번 시즌 그가 주력하고 있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들고 이번 공연으로 한국 무대에 지휘자로서 공식 데뷔를 했다.

 

김택수 작곡가의 <스핀-플립>은 지난 2015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당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초연 이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도 함께 연주했던 작품이다. 초연 이후 여러 차례 연주되고 수정되며 더욱 재치 있고 기악적인 효과를 더했다. 현대음악 하면 떠오르는 난해함보다는 경쾌함이 돋보이는 곡이었다. 탁구의 스매싱처럼 강한 타격음과 탁구공의 움직임을 연상하게 하는 악기 간 프레이즈를 주고받는 것, 공의 움직임이 타악기와 금관악기의 빠른 동음 반복으로 잘 표현된 곡이다. 김은선은 미국에서도 김택수의 <스핀 플립>과 <더부산조> 등을 연주하며 작곡가의 스토리텔링과 연주자, 관객들의 호응을 확인했기에 이번 고국 무대에서도 선곡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1부 곡인 루토스와프스키 첼로 협주곡에서는 첼리스트 크리스티안 폴테라와 함께했다. 이 곡은 폴란드의 작곡가인 비톨트 루토스와프스키가 1970년 세계적인 첼리스트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를 위해 작곡한 작품으로 서주, 네 개의 에피소드, 칸틸레나, 피날레의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곡의 화두는 독주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갈등’이다. 작곡가 루토스와프스키가 당시 공산 정권을 지지하지 않았기에 활동에 제한을 받은 것을 연상케 하는 곡이다.

 

처음 독주 첼로가 D현을 무심하게 그으며 시작되고 서로 갈등하는 다성음악적 성격의 프레이즈가 나타난다. 이어지는 네 개의 에피소드에서는 독주 첼로와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갈등을 빚는다. 제일 먼저 금관악기가, 그 다음으로는 현악기들이 첼로의 독주를 방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과 억압에 굴하지 않고 첼로가 꿋꿋하게 연주를 계속하며 저항하고, 결국에는 날카로운 저항의 절규로 곡을 맺는다. 오케스트라의 거대한 소리에 맞서 이를 뚫어내고 연주해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폴테라의 첼로는 조금 밋밋하여 ‘갈등’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2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9번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김은선 지휘자처럼 미국이라는 낯선 외국 땅에서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곡이다. 고향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흑인 영가나 원주민 민요 등 미국 토착 음악을 전수받으며 이를 반영한 것이 눈에 띄는 곡이다. 비록 3악장에서 빠른 박자로 얽힌 리듬은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호연을 선보였다.

 

1악장부터 섬세한 지휘가 돋보였고 2악장에서 익숙한 주제를 부르는 잉글리시 호른의 열연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4악장에서 당당하게 밀고 들어오는 금관의 위풍당당함과 이후 이어지는 현과 관의 어우러짐도 훌륭하게 살리며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서울시향과는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악단의 소리에 대한 피드백이 확실해 지휘자가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곡의 아련한 향수를 잘 살려내었다. 또한, 오랜만에 관악기 특히 금관이 자신 있게 연주하는 서울시향을 보며 호쾌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가 지휘하는 오페라는 어떨지에 대한 기대가 드는 김은선의 국내 데뷔무대였다. 김은선 지휘자의 앞날을 응원하고, 같이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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