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시집과의 재회, 절판 시집의 추억전
사라졌던 시집과의 재회, 절판 시집의 추억전
  • 이서림 기자
  • 승인 2022.09.28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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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서울 송파구의 복합문화공간 서울책보고에서 <절판 시집의 추억전(展)>이 개최됐다. 10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절판 시집의 추억전(展)>은 ‘문학과 지성사’, ‘창비’, ‘민음사’, ‘세계사’ 등 대표적인 출판사의 절판 시집과 서울책보고가 보유하고 있던 약 200여 권의 절판 시집을 전시·판매한다.

 

이번 행사에서 시집들은 각각의 대표 출판사들과 기타 출판사의 시집, 이색 시집, 초판본과 시인 사인본으로 나뉘어 전시된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폭넓은 시기 속에서 관람객들은 자신이 그리워하던 절판 시집을 직접 찾아볼 수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절판 시집을 새롭게 만날 수도 있다. 현장에서 시집을 직접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매해 소장할 수도 있어 관람객들은 구입한 시집을 통해 이 전시를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시를 필사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골라 나만의 시를 만드는 등 눈으로만 읽던 시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체험들도 마련되어 있다.

 

한국 사회의 변천사와 함께한 시집들을 보면 단순히 아름다운 문학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다. 시의 시대라 일컫는 1980년대의 시집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영화부터 교육 현장까지 당대의 일상들을 다채롭게 문학 속에서 녹여냈다. 더불어 혼란스럽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던 1990년대의 시집들로는 대학 시 동아리의 ‘동인지’, 지역 여성 문인들의 시집 등이 전시되며, 그 시절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일반 시집에서는 볼 수 없는 절판 시집의 매력 또한 전시의 핵심이다. 헌책방에서 모아 선별한 초판 시집 100여 권과 시인의 사인본이 모인 코너가 별도로 존재한다. 단지 낡은 책장 속 손때가 묻고 빛이 바랜 종이였던 절판 시집은 이 전시를 통해 다시 만나기 힘든 시집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진다.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시집들은 새 시집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인의 친필 사인과 메모들은 여태까지 그 시집을 거쳐 간 주인의 사연을 상상하게 되는 새로운 재미를 불어넣어 준다. 이번 전시를 통해 마음에 드는 시집을 구매한 사람들은 다음 주자가 되어 시집과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절판 시집의 희소성과 시집을 구매할 수 있는 전시의 기획이 합쳐져 만들어낸 한계도 존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시집이 이미 판매되어 더 이상 전시에서 볼 수 없으므로 늦게 방문할수록 보고 싶던 시집을 만나지 못할 가능성도 점점 커진다. 필자의 경우 본교의 성심여대 시절 시 동인 ‘투시와 반영’이 펴낸 시집 <다름 아닌 내가 있다>가 전시된다는 소식에 많은 기대를 했지만, 방문 당일 이미 판매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하던 시집을 만날 수도 없다는 조금의 아쉬움이 존재함에도 전시는 가볼 만하다. 과거의 것들이 계속해서 주목받는 요즘, 절판 시집은 자신 나름대로 과거를 재해석할 기회를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이에 더해 전시는 책으로 둘러싸여 있어 흡사 책 동굴을 연상시키는 서울책보고의 인테리어와 유명 시인들의 사진과 글귀로 특별 제작된 띠지, 책을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레트로 종이봉투 등 사소한 것들을 통해 우리의 문학 감수성을 한껏 자극해 준다.

 

한편, 전시는 별도의 예매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오롯이 느껴보고 싶다면 <절판 시집의 추억전(展)>을 방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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