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컬처] 스포츠와 콘텐츠가 만났을 때 발휘되는 힘, ‘최강야구’
[본인컬처] 스포츠와 콘텐츠가 만났을 때 발휘되는 힘, ‘최강야구’
  • 민윤재 기자
  • 승인 2022.09.30 14: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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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야구 포스터 (출처: JTBC 홈페이지)
최강야구 포스터 (출처: JTBC 홈페이지)

경기 시작 전, “정말 진지하게, 진짜 이기고 싶어서, 꼭 우린 그렇게 경기를 해야 합니다”라고 손을 모아 말하는 야구 선수들이 있다. 경기에서 지면 분해하고, 삼진을 당하면 속상해하고, 안타를 맞으면 고개를 떨군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예능 ‘최강야구’ 속 은퇴 선수들의 모습이다. 큰 화제성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스포츠 콘텐츠들은 진정성과 감동을 내세우며 흥행하고 있다. 스포츠 콘텐츠에 대한 주목의 이유를 예능 ‘최강야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최강야구는 프로야구팀에 대적할 만한 ‘최강’ 구단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최강 몬스터즈’ 팀이 매주 경기를 치르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최강 몬스터즈는 전설로 꼽히는 전직 프로 야구 선수들과 대학·독립 리그에서 활약 중인 현역 선수들로 구성됐다. 프로그램 제작자인 장시원 PD는 “30게임 기준 21게임 이상 승리, 즉 ‘승률 7할’ 달성에 실패하면 프로그램은 폐지한다”라는 공약을 내걸며, “실제 프로야구팀과 마찬가지로 선수 영입과 방출도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은퇴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예능이긴 하지만, 야구에 있어서는 리얼리티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다. 최강야구는 9월 3주차 비(非)드라마 부문 TV 화제성 3위에 올랐고, 첫 직관 티켓 예매가 1분 만에 전석 매진되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엄청난 인기 뒤엔 은퇴 선수들의 노력이 존재했다. 은퇴한 지 적게는 7개월, 많게는 3년이 넘은 선수들은 다시 프로 시절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갔다. 짧은 시간임에도 몸을 만들고 투수는 구속 올리기에, 타자는 배팅 연습에 매진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선수들에게도 프로에서 극복하지 못하거나 이루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최강 몬스터즈에 속해 있는 포수 이홍구 선수는 입스* 증세를 겪고 있다. 계속해서 도루 저지와 투수에게로의 송구에 실패한 이홍구 선수는 낙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외야수 이택근 선수가 포수로 선발 출장하기도 했는데, 포수로 지명을 받아 입단했지만 포수 포지션으로 성공하지 못했던 그는 프로 시절의 한을 풀 수 있었다. 이홍구 선수 또한 이승엽 감독의 믿음과 함께 입스를 극복하며 포수와 1루수를 넘나드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냈다. 과거 프로 선수였던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의 빛과 어둠을 동시에 보여주는 연출은 시청자들이 선수들 개개인의 서사에 집중하게끔 한다.

*입스: 압박감이 느껴지는 시합 등의 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운동선수들이 평소에는 잘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현상

 

최강야구는 고교·대학·독립 리그와 같은 아마추어 야구의 성장에도 한몫했다. 경기의 상대 팀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 야구부, 독립 야구 구단을 택해 미래의 프로 선수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강 몬스터즈에서 팀원으로 함께 뛴 한경빈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부름을 받아 계약에 성공했고, 윤준호 선수와 류현인 선수는 ‘2023 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각각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지명을 받았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 드래프트 미지명의 아픔이 있는 선수들에게 최강야구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큰 기회로 작용했다.

**드래프트: 프로리그를 지망하는 신인 선수를 전 구단이 미리 정해진 순번에 따라 지명하는 제도.

 

최근 스포츠 콘텐츠의 경향성은 최강야구처럼 ‘리얼리티’에 중점을 둔 연출을 특징으로 한다. 진정성 있는 과정과 결과는 출연자와 동시에 시청자도 과몰입하게 하며 감동을 선사한다. 스포츠 드라마도 로맨스에 스포츠를 가미하는 방식이 아닌 스포츠 그 자체의 경쟁과 갈등을 더 강조한다. 시청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진 영향이 크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기본적으로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요즘 예능 트렌드에 적합한 소재”라며, “성공한 스포츠 예능들은 경기를 단순히 예능으로 소비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유입됐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은퇴한 운동선수들의 방송 출연이 매우 흔해진 상황에서 이들이 ‘방송인’으로만 비치면 시청자들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진정성이 스포츠 예능 성패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을 콘텐츠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 특유의 K-신파와 같은 억지 감동 서사는 많은 한국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곤 한다. 때문에 방송계에서는 자연스럽고 순수한 감동을 살리기 위해 스포츠 소재를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빠르고 복잡한 미디어의 흐름 속에서, 진정성을 갖춘 스포츠 콘텐츠가 가지는 영향력은 더욱 비대해질 것이다. 야구와 같은 인기 스포츠뿐만 아니라 비인기 스포츠를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제작돼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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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2-10-07 22:44:38
저도 최강야구 매주 챙겨보는데 학보에서 보니 반갑네요! 관찰예능이 주가 되면서 리얼리티가 각광받기 시작하고, 그 중에서도 진정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는 스포츠에 관심이 쏠리게 된 건 정말 당연한 것 같습니다... 스포츠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이 콘텐츠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말에 매우 동의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