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는 원래 모두 다르게 생겼습니다
[칼럼] 우리는 원래 모두 다르게 생겼습니다
  • 진기랑 기자
  • 승인 2022.09.30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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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중안부가 길다’, ‘꼬막눈’, ‘옆광대가 있는 편’ 등의 표현은 뷰티 유튜브를 즐겨 보는 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뷰티 열풍과 함께 이러한 표현이 대중에게 일상적인 표현이 되면서 유튜브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에서 숱하게 볼 수 있다. 뷰티 매체가 내세우는 ‘단점’에 맞춰 꼬막눈을 위한 삼각존 섀도우, 중간부가 긴 사람들을 위한 애굣살 메이커 등의 제품들이 화장품 회사에서 나오곤 했다.

 

하지만 애초에 ‘꼬막눈’, ‘옆광대’ 등의 표현은 어색하다. 눈의 모양은 원래 서로 다른 것이 일반적이고, 광대야 나올 수도, 안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목구비야 말로 모두가 다른 모양을 가졌기에 ‘완벽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 범위다. 그러나 뷰티 매체에서는 이러한 어색한 표현을 우리 몸에도 적용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종아리 알 빼기’다. 사실 우리가 ‘알’이라고 일컫는 것은 근육이다. 건강함의 상징인 근육을 몸에서 제거한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대중이 보편적인 미의 기준을 만들고, 이를 우상화하고 추구하는 것은 오래된 문화이기도 하다. 일례로 성경 창세기에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라고 당시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직설적으로 꾸짖는 대목이 나오기도 한다. 몸도 예외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전족과 중세 서구의 코르셋도 사회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이유로 어린아이와 여성의 몸을 구속하고 억압하며 부작용을 낳았다.

 

아름다움을 선망하는 것은 우리의 무의식 기저에 깔린 본능이라 마땅히 비난할 수 없기도 하다.하버드 의대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낸시 에트코프는 진화심리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미에 대한 선호는 본능이라 주장하며 ‘미의 기준은 변할 수 있지만, 미인 그 자체를 선호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미는 사적 영역뿐만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꾸준히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얼굴을 갖추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노력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두가 똑같은 얼굴로 살아가는 것이 아닌 이상 실력과 별개로 무의식적으로 미도 평가의 기준이 된다는 걸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준으로 자신의 외모를 추구할지는 개인의 선택에 걸린 문제지만 미의 일률화는 삼가야 한다. 이승철 성형외과 전문의는 미의 절대적 기준으로 알려진 황금비율에 대해서 “아름다움을 단순화하여 절대화하는 것은 상업적 프로파간다이자 인종차별적 관념의 상징이다”라고 말했다. 일률화된 미의 기준은 인종과 민족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차별이라는 것이다.

 

통상적 미의 기준과 나의 얼굴 사이의 다른 점을 ‘틀린 것, 못생긴 것’으로 취급하지 않고 나만의 고유의 매력으로 여겨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매력을 알고 있는 것 자체로 당신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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