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상으로의 회복 속 회복되지 못한 청년층의 불안
[인터뷰] 일상으로의 회복 속 회복되지 못한 청년층의 불안
  • 유주연 기자
  • 승인 2022.10.16 0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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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경영연구원 류희숙 연구원을 만나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청년 부채’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 주식 등 투자에 대한 여건이 호황이라는 시각 우세에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청년층의 수가 증가했다.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한 요인뿐 아니라 근로소득으로는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버린 집을 소유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투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이러한 청년층의 무기력감이 연애 및 결혼에 대한 포기로 나타나며 이것은 출산율의 저하로 귀결된다. 이에, 젊은 세대의 출산 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을 담아보고자 포스코 경영연구원 류희숙 연구원님을 만났다.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

 

사진 제공_포스코 경영연구원 류희숙

 

Q1. 현재 한국의 저출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신문, TV에서 합계출산율, 저출산, 대한민국 인구 소멸 등의 단어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입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일생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의 평균입니다. 인구정책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이 2.0명이 넘어야 인구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1970년에는 합계출산율이 4.5명이었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21년 기준 0.81명입니다. 단시간에 합계출산율이 크게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해에 태어나는 아기들이 몇 명인지 살펴보자면 1970년 출생아 수는 100만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에는 49만 명, 2020년에는 27만 명으로 집계됩니다. 앞으로 매년 27만 명이 태어난다고 해도 2100년 우리나라 인구는 2,160만 명이 됩니다. 이러한 인구 감소 추세를 통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수치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정부, 지자체와 회사는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노인이 많아지니 인구절벽, 인구 위기라고 하며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저출산 현상, 결혼하지 않는 현상이 문제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반면 회사 공장에서 오염물질을 방류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을 ‘문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출산도 ‘문제’일까요? 저출산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Q2. 저출산 현상의 핵심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상의 핵심은 노동에 있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동이 필연적인 사회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우선순위는 ‘노동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청년들이 평생 노동을 해야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안정적인 생활의 기반인 노동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를 희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최근에는 여성도 독립적으로 생계를 주도하기 위해 경제 활동을 중시하고, 남성 역시 늘어난 경제적 부담으로 출산 이후 맞벌이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에 결혼, 출산에 따른 부양책임, 자녀 양육비, 부동산 문제 등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와 같이 노동 시장이 양극화되면서 청년층에게 취업 시장은 더욱 열악해졌습니다. 코로나19가 겹쳐 고용과 임금이 불안해지면서 청년들의 삶의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초저출산 상황이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Q3.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과 가정 양립, 출산율을 얘기할 때 스웨덴의 사례를 많이 이야기합니다. 스웨덴은 1920년대부터 오랫동안 직접적으로 출산을 장려하기보다는 사회 구조 전체를 개선해서 인간의 전 생애주기에서 복지를 강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스웨덴 복지 정책에서는 온 국민이 노년에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중요한 기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대 청년들이 취업, 결혼, 육아에 대한 불안한 마음의 기저에 있는 노년의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책만큼 중요한 것은 마음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맞벌이는 하지만, 엄마 혼자서 자녀의 돌봄과 교육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도 기업에서도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며 함께 쉬는 평등한 가족문화’가 필요합니다. 기업의 구성원들은 회사에 몰입하는 ‘조직형 인간’에서 벗어나 ‘돌봄을 전제로 한 사회’를 수용하여 구성원 개개인이 누군가를 돌보면서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제는 더 이상 저출산 극복이나 저출산 해법의 담론에 갇히지 말고 청년들이 원하는 인생의 로드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함께 논의하고 지원하는 정책으로 바뀌어 나가도록 기대해봅니다.

 

우리나라 청년이 미래를 향한 두려움 없이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단순히 저출산이 심각하다에서 그치지 않고 저출산이라는 하나의 현상을 이번 취재를 통해 알아보고자 했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현재의 행복, 삶을 챙길 수 있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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